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4번 연속 동결했지만, 대출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단기 자금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는 데 더해 새마을금고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대출 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4일 기준 4.06~5.93%로 지난달 15일(3.80~5.76%)과 비교하면 하단이 0.38%포인트, 상단이 0.06%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 금리 또한 3.83~6.11%에서 4.21~6.17%로 상승했다. 상·하단이 각각 0.06%포인트, 0.38%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는 4.36~6.36%에서 4.43~6.43%로 상·하단이 모두 0.07%포인트 상승했다.
금통위가 지난 13일에도 2월, 4월, 5월에 이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대출금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올해초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섰던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과 동시에 은행채 등 자금조달 비용이 줄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시장에서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다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이달 중하순부터 꾸준히 상승한 영향이 크다. 이는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4.194%로 나타났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3월말부터 5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유지했다가, 6월 4%대로 올라섰다. 이후 지난 10일 들어 4.405%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변동형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준거 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6개월물 또한 지난 3월 말 3.546%에서 지난 10일 3.875%로 0.329%포인트 높아졌다.
은행채 금리 상승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최근 공개한 6월 FOMC 의사록을 통해 금리 인상 의지를 재차 드러낸 바 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지난 6월 점도표에서 올해 5.75%, 내년 4.75% 기준금리 전망치를 제시했다"며 "시장은 7월 5.50% 도달은 반영하고 있으나 이후 5.75%는 아직 온전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는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5월 금리 인상 종료를 시사했던 연준은 6월 연내 2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며 "미국은 강한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경기 침체 전망도 축소되면서 2차례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사태가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새마을금고가 예금 인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쥐고 있던 채권을 시장에 내놓자, 채권값을 끌어내리는 압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통상 금리와 채권의 가격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실제로 이달 3일부터 11일까지 새마을금고가 속한 종합금융·상호금융 부문이 매각한 채권 금액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6월 한달간 매도량(1조656억원)의 4배 넘는 물량이 불과 10일도 안 되는 사이에 쏟아진 것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새마을금고는 보유 채권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태가 일어나기 전후인 7월 3일~ 11일까지 새마을금고가 포함된 종합금융·상호금융이 매각한 매각 채권 중에는 은행채도 포함되어 있는데 규모는 1.7조원으로 최근 은행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7월 11일 기준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는 3.75%, 잔액 기준 코픽스는 3.76%, 1년물 금융채 금리는 3.87%까지 상승했다"며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수신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대출금리 상승 원인중 하나로 꼽혔다. 코픽스는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지표로 활용된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5월 기준 신규취급액 코픽스가(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3.56%로 전달(3.44%) 대비 0.12%포인트 상승하면서 3%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변동형 금리가 다시 자취를 감춘 바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6월초 3.7~3.8%(6월8일 기준 ·우대금리)에서 소폭 상승한 3.72~3.90%로 집계됐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오른다면 오는 17일에 공시될 6월 기준 코픽스 또한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내 대출금리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데, 최근 한은 금통위의 스텐스를 보면 연내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대출금리와 은행채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또한 "미국이 기준금리를 5.75%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돼 연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에 대출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시중은행들이 새마을금고 부실채권까지 매입하기로 하면서, 은행의 대출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