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삼성화재·삼성생명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부채 확대 주범으로 꼽은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기준을 강화하며 수요 차단에 나서자 해당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전방위 조사와 규제가 예고된 은행권은 잇따라 판매 중단을 선언하거나 대출조건 변경 등에 나서며 몸을 사리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화생명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판매 중단을 최종 결정한다. 해당 상품을 파는 3곳중 1곳이 시장 철수를 논의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1월 한화생명을 시작으로 지난달 초 삼성화재, 삼성생명이 50년 만기 상품을 선보였다. 삼성화재·삼성생명 관계자는 "대출 중단을 말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는 입장이지만 결국 한화생명과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를 둘러싼 논란과 금융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자가 매달 내야하는 원리금이 줄어들고 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가 확대된다. 전체 대출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총 이자액은 증가한다.
하지만 대출자 입장에서는 DSR 등 대출규제를 우회할 수 있고 금융사들도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어 50년 만기 주담대가 큰 관심을 끌었다.
보험사들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다르지 않다. 특히 보험권은 DSR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은행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고객(차주)들도 이용할 수 있다. 보험사 전체 대출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긴 하지만, 보험사의 DSR 한도가 연 소득 50%로 은행권보다 10%포인트 높다.▷관련기사 : [보푸라기]'은행과는 또 다른' 보험 대출의 세계(8월26일)
삼성화재 관계자는 "고객 선택권 보장과 동시에 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지목하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됐다.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했는데, 지난달 가계대출이 1068조원을 돌파하며 사상최대치를 경신하자 당국이 관리강화에 나선 것이다.▷관련기사 : [50년 주담대 딜레마]①초장기 대출의 '양면'(8월16일)·[50년 주담대 딜레마]②'사다리'라더니…달라진 정부(8월17일)·[50년 주담대 딜레마]③빌리려는 이유, 문제되는 이유(8월18일)
감독당국은 오는 10월까지 가계대출 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실태 현장 종합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50년 만기 주담대의 산정만기에도 메스를 댈 방침이다. 약정만기(50년)는 유지하되, DSR 산정 때는 30~40년 등 축소된 만기를 적용하는 식이다.
당국의 의지를 읽은 은행들은 일찌감치 '몸 낮추기'에 나섰다. 현재 수협은행·카카오뱅크·농협은행·경남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두거나 판매에 일시적으로 중지한 상태다.
앞서 보험사들은 "만 34세 이하로 가입 제한을 두고 있으며, 취급하고 있는 주담대 규모가 은행권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상품 운영 중단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국의 거센 압박으로 은행권에서 막힌 주담대 수요가 보험사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은행권 장기 주담대 상품과 비슷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주담대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다.▷관련기사: [단독]금감원, 보험사 주담대 조사 착수…50년 상품 겨냥(8월24일)
보험사 한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건수나 실적을 보면 초라한 수준"이라며 "실익도 없는데 '가계부채 급증을 부추기고 있다'는 오명을 쓰고 집중공격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