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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비급여 수액주사, 실손보험금 '왜' 어려울까

  • 2023.09.02(토) 15:01

보험사 "식약처 허가 받아야 수액주사 보상" 주장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으로 따지면 보험금 받을 여지
가입 실손 약관도 봐야…4세대는 사실상 식약처 명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사항과 치료목적이 부합하지 않은 영양제 수액은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이 안됩니다."

경기도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고 당황했다. 심한 몸살, 장염으로 온종일 누워있다가 병원을 갔는데, 의료진이 마늘 성분 영양제를 맞으라며 수액주사를 권유했다. "환자 부담없이 실손보험으로 처리된다"는 말에 김씨는 주사를 맞은 뒤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결국 거절된 것이다. 억울한 마음에 보험소비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니 "○○보험사가 수액주사 보험금을 안주기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수액주사도 보상받았는데…" 같은 글이 넘쳐났다.

/그래픽=비즈워치

흔히 '링거'로 알려진 수액주사 맞아 본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병원에 가면 만성피로, 숙취해소는 기본이고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적극 추천하니까요. 몸이 아플 때 한 팩 맞고 잠을 자면 몸이 가뿐하고 개운해지는 느낌도 들고요. 의사가 권유하는 데 맞지 않을 이유도 없잖아요?

그런데, 실손보험 적자에 허덕이는 보험사 반응은 탐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2년 전부터 "무분별한 영양제 투여가 실손보험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2021년, 보험사들의 변심

/그래픽=비즈워치

'약관상 영양제는 보상하지 않는다', '식약처 허가사항의 효능·효과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치료목적에 의해 처방·투여했다는 소견만으로는 실손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보험소비자들이 수액주사 보험금 지급 거절 안내를 받으며 받은 문자는 이렇습니다. 사실일까요?

대부분 실손보험 약관을 살펴보면 보상하지 않는 사항(면책 조항)에 영양제, 종합비타민제 등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긴 해요. 하지만 상해·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보상을 한다고 적혀있죠. 그래서 과거에는 '치료목적'이라는 의사 소견이 진료 내역서에 들어가 있으면 보험금을 탈 수 있었어요.

하지만 2021년 들어 보험사들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액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에 대한 실손보험금이 월평균 119억원(2020년 상반기 기준)을 넘어가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거죠. 보험업계는 '치료는 특정 질병의 효과를 얻고자 함에 있고, 일반적인 체력증진·원기회복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률자문을 얻었대요.

그러니 앞으로 치료목적으로 수액주사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 등이 의학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수액주사 등 비급여주사제가 식약처 허가사항(효능·효과, 용법·용량)외에 사용되면 유효성과 안정성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약관상 치료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보험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논리가 완성된 겁니다.

가령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마늘주사로 알려진 푸르설타민주를 검색해보면 효능·효과로 '비타민 B1 결핍증의 예방 및 치료' 등이 나와 있는데요. 이런 목적으로 수액주사가 처방됐을 경우에만 보험금을 주겠다는 겁니다. 이외의 효능·효과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니까 돈을 줄 이유가 없다는 거죠.

언제나 약관에 '답'이

그렇다면 보험소비자들은 조금도 반박할 여지가 없는 걸까요? "약관을 잘 살펴보라"고 보험업계는 조언합니다.

먼저 1세대 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 약관을 보면 '상당한 이유가 없는 고단위 영양제 투여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반대로 말하면 고단위 영양제가 아닌 보통의 영양제와 종합비타민제는 보험금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거죠.

/사진=2·3세대 실손의료보험 약관 캡쳐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2세대(2017년 3월까지 판매)·3세대(2021년 6월까지 판매) 실손보험은 '치료가 목적일 경우 보상해 준다'고 돼 있어요.

앞서 보험사들은 '수액주사 치료=식약처 허가사항'에 해당될 경우에만 보험금을 주겠다고 했잖아요? 이 때 가입자들은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주장할 수 있어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보험약관 해석이 모호할 땐 작성자(보험사)에게 불리하게 해석한다는 거예요.

이를 바탕으로 보면 치료의 목적이 꼭 식약처 허가사항에 해당돼야 하는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평균적인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요. 우리가 생각하는 치료는 병원을 방문해 의사의 진찰·진료에 따라 처방·처치를 하고 병을 낫게 하는 거잖아요. 환자가 식약처 허가사항을 어떻게 알아요? 치료는 의사의 지시에 기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의사 소견에 의한 처방·처치는 치료목적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사진=4세대 실손보험 약관 캡쳐

그런데 2021년 7월부터 판매된 4세대 실손보험은 이 마저도 따지기 힘들답니다. 약관에 '약사법령(사실상 식약처)에 의해 약제별 허가사항 또는 신고된 사항(효능·효과 및 용법·용량 등)대로 사용한 경우에만 치료의 목적으로 보고 보상하겠다'고 명확히 적혀있거든요.

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수액주사를 처방받을 때 의료진에 식약처 허가사항 이내인지 물어보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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