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개인실손의료보험에 중복 가입한 소비자가 하나를 중지하려면 대부분 지점 내방, 설계사 직접 접수를 해야해 내·외부 민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의 토로입니다. 실손보험은 소비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의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상품입니다. 보험을 여러 개 들어도 중복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는 뜻이죠.
이에 지난해 금융당국은 개인이 보유한 실손보험, 회사가 가입한 단체 실손보험을 중복 가입한 경우 한 가지를 선택해 직접 중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에는 중복 가입해도 개인 실손보험만 중지신청이 가능했어요.▷관련기사 : 단체실손 끊고 회사가 낸 보험료 돌려받을 수 있다(2022년 12월27일)·[보푸라기]단체실손 있는데…개인실손 유지해? 말아?(2021년 6월19일)
"실손보험 끊기 어렵네"
문제는 실손보험을 끊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겁니다. 그나마 단체 실손보험은 회사 관련 부서를 통해 간단히 중지신청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보험사 지점에 직접 방문하거나 담당 보험설계사를 만나 중지신청을 해야 하죠. 보험사 콜센터에 연락해도 결국 지점 내방이나 설계사 직접 접수를 안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단체실손을 든 가입자 다수가 경제 활동층이다 보니 업무시간 중 따로 시간을 내 지점을 가거나, 설계사 만나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회사에서 지점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 "업무 시간엔 설계사 만나기 불편하다"는 등 보험사에 항의 전화가 여러 건 접수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가입자와 만나야 하는 설계사들도 수고롭긴 마찬가집니다. 고객이 늦은 시간 방문을 희망하거나, 중지 업무 후 관련 서류 전달을 위해 두 번 만나야 하는 사례도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대요. 사실 이게 보험료 납입 중지 방어 업무라 수수료를 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으로 손쉽게 실손보험을 중지시킬 수 있는 보험사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래요.
"실손 중지 쉬우면 고객 불이익"
보험사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번거로울 순 있지만 가입자 보호를 위한 절차라는 해명입니다. 보통 1년 주기인 단체실손은 각 회사별 가입한 보장내용이 다른 탓에 개인실손보험과 비교·안내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거예요. 어떤 게 더 이득일지요.
1~4세대 실손보험 보장 내역이 각각 다르다는 건 이미 알고 계시죠? 물론 단체실손을 가입하고 개인실손을 중지했다가 재가입할 때 중지 당시 가입했던 이전 상품에 다시 가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재개 시점에 중지했던 개인실손의 재가입 주기(15년 또는 5년)가 지난 이후에는 회사가 판매 중인 상품만 선택할 수 있죠. 개인실손을 살려놓으면 계약이 계속 연장될 여지가 있어요.
또 4세대 개인실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비급여 보험금을 받을수록 보험료가 할증되는 구조라, 단체실손으로 반씩 나눠 받는 것도 괜찮다는 거죠. 그래서 보험을 가장 잘하는 보험사 직원들마저 단체, 개인실손 모두 살려놓기도 한다고 하네요.▷관련기사 : [보푸라기]4세대 실손보험료 할증 임박…폭탄 피하려면?(3월9일)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