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 영국과 미국 등 주요국에선 관련 법에 근거해 은행대리업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은행대리업 전업주의를 폐지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은행대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지점 감소에 따른 영업 공백 지역에 저비용 오프라인 채널 확대를 위해 은행대리업 제도를 도입한 일본 사례를 검토한 바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낙후 지역 금융접근성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은행대리업 제도가 활용되고 있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대리업 규제 풀자 금융이 변했다
금융연구원, 하나금융연구소 등에 따르면 일본 은행대리업 제도는 2005년 은행법 개정(2006년 4월 시행)을 통해 크게 바뀌었다. 법 개정 이전 은행대리점 제도가 은행대리업 제도로 개편됐고, 은행대리업 정의도 은행 업무의 대리만을 영위하는 것에서 은행 고유업무 대리 뿐 아니라 중개 행위로 확대됐다.
특히 전업주의가 폐지됐다. 은행대리업자는 은행대리업 이외 업무도 감독당국 승인을 얻어 겸업이 가능해졌다. 은행의 100% 자회사만 은행대리업을 영위할 수 있던 부분은 일반사업자도 대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진입 규제는 일반사업자와 개인사업자는 허가제로, 은행과 일정한 금융기관은 사전 신고제로 변경됐다.
이처럼 은행대리업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되면서 다양한 유형의 형태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비용절감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점포 수를 줄이는 동시에 판매 채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대리업을 활용한 까닭이다.
우선 은행들이 중소금융과 모기지 등 특정 분야 전문성과 영업력을 높이고, 영업점 효율화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해 대리업을 영위하는 경우다. 미쯔비시 UFJ 은행은 자회사(미쯔비시 UFJ 파이낸셜 파트너스)를 설립해 매출 100억엔 미만 중소기업 대상으로 대출과 예금, 외환거래 상담과 중개 업무를 수행토록 했다.
오프라인 영업에 한계가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대형은행과 상호대리업 관계를 맺고 은행 업무를 공동 수행하며 영업점을 공유하는 사례도 있다. 세븐은행(편의점 ATM 운영)은 SMBC(미쓰이스미토모은행)와 리소나은행 등과 대리업무 제휴를 맺어 시중은행 고객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SBI스미신넷은행(인터넷은행)은 후쿠시마은행 등과 은행대리업 계약을 체결해 영업점을 활용한 대리업자 전용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은행이 유통과 통신 등 비금융회사를 은행대리점으로 두고 판매채널을 확장하고, 이종산업 결합 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도 이뤄지고 있다.
개도국, 낙후 지역 금융 공급 수단
개발도상국에선 은행대리업(은행대리점)을 인프라가 취약한 농촌 지역 소외계층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은행의 비용 절감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2013년 지급결제시스템 규정과 은행법에 기초해 은행대리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전체 은행대리점의 88%가 농촌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은행대리점 가이드라인을 발표(2012년)하고 지침에 따라 은행 업무를 대신하는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한다.
브라질에선 은행이 대리인에게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해 식료품점과 약국, 주유소 등 다양한 소매점에서 예금 인출과 계좌 개설, 송금과 보험,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에선 은행대리업 도입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한 혁신서비스 보급이 본격화됐다. 개도국은 대리인을 통해 지점이 부족한 낙후 지역 금융 소외 계층에 금융서비스 접점을 넓혀 금융접근성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은행대리업은 이용주체별 은행과 은행대리점, 소비자 효과를 창출하며 금융 활성화와 소비자 편의에 기여한다"며 "은행은 대리점을 활용해 금융상품 역량에 집중할 수 있고, 대리인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규 고객 확보가 용이해지는 등 유연한 점포 전략 수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