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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고공행진에…금융지주사들 주주환원 어쩌나

  • 2025.01.10(금) 09:29

원·달러 환율 급상승에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세
CET1 주주환원 '열쇠'…우리, 12% 하회 전망도
밸류업 의식 신한·하나 임원들 자사주 줄매입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금융지주사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배당 여력 가늠자인 CET1이 떨어지면서 각 지주사가 발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주주환원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말 주간 거래 종가가 1472.5원에 마감했다. 연말 종가 기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69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새 상승폭이 184.5원으로, 1995년 상승폭 850.1원 이후 최대치다.

저성장과 경기침체 우려가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정치 불확실성과 맞물리면서 달러값 상승(원화 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금리인하 속도가 저하될 것이란 전망도 주된 환율 상승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 비율은 약 2~3베이시스포인트(bp)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자본적정성 지표 중 하나인 CET1 비율은 순정자본인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RWA는 은행자산을 유형별로 나눠 위험 정도를 반영해 계산한 것인데, 원화 기준이어서 환율이 급상승하면 외화 대출 자산이 늘게 돼 CET1이 하락하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 및 주주환원 정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대비 4분기 환율이 150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CET1 비율이 9~45베이시스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3.5%로 직전 3분기 13.9%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13.1%→13%), 하나금융지주(13.2→13%), 우리금융지주(12%→11.8%) 등 다른 지주사들도 마찬가지다. 

KB금융을 제외한 신한·하나금융이 CET1 비율 13%에 사수하지 못했을 거란 관측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이 권고한 CET1 비율 12%를 밑돌 수 있다. 앞서 각 지주사들은 밸류업 계획 중 하나로 CET1 비율 13%를 초과한 자본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투입키로 했는데,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관련기사 : [은행 밸류업 명암]①뚜껑 열어보니…누가누가 잘하나(2024년 11월6일)·[여의도워치]우리금융, 어쩌다 자본비율도 못 맞추는 곳 됐나(2024년 11월29일)

/그래픽=비즈워치

각 금융지주들은 시장 불안 잠재우기에 한창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6일 해외 투자자에게 발송한 주주서한을 통해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로 영업 환경과 밸류업에 대한 주주 우려가 커진 점을 공감한다"면서 "KB금융은 주주들께 약속드린 그룹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신한·하나금융은 경영진들이 자사주 줄매입에 나섰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 8일 신한지주 주식 2000주를 취득했다. 주당 평균 4만8400원에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정 행장은 우리사주를 제외하고 총 1만5551주의 신한지주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같은날 이영호 신한금융 준법지원파트장(상무)이 신한지주 주식 1300주를 사들였다. 이 외에 김지온 감사파트장(700주), 방동권 리스크관리파트장(1000주) 이인균 그룹운영부분장(1000주), 천상영 그룹재무부문장(1500주)도 잇따라 매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의 경우 연말 함영주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9350주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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