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IBK기업은행이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안으로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 간 갈등도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바깥으로는 24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 사고가 터지면서 금융감독원 현장검사를 받게 됐다. 금융회사 대표이사 등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한 책무구조도 제도가 올해 본격 시행된 이후 불거진 사고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노조 '승소' 가능성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9일 기업은행 노조 및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관련 2심 판결에 대해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앞서 사측 승소 판결한 2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와 전현직 직원 1만1202명은 지난 2014년 6월 "기본급의 600%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사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1~2015년까지 직원들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은 채 계산한 연장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 퇴직금을 받았다.
사측이 누락한 만큼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는 취지인데, 승소가 확정되면 기업은행은 소송가액 775억원에 이자를 합쳐 약 2270억원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취지를 고등법원이 반드시 존중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노조 승소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금융권은 본다.노사, 임단협 협상도 난항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과정에서 노사 간 불협화음도 여전하다.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해 10월 임단협을 시작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250% 수준의 특별성과급 지급, 시간외수당 1인당 약 600만원 지급, 우리사주 100만원으로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업은행이 기타공공기관이므로 총액인건비제도의 적용을 받아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해서다. 이에 대응해 지난해 12월 말 기업은행 노조는 설립 52년 만에 첫 단독 총파업을 진행했다. 내달 혹은 3월까지 대화 진전이 없으면 2, 3차 추가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새해 첫 금융사고까지
새해 첫 금융사고 불명예까지 안았다. 지난 9일 기업은행은 업무상 배임으로 239억50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동구 소재 지점들에서 부동산 담보 가격을 부풀려 담보보다 많은 대출을 승인해준 게 문제가 됐다.▷관련기사 : 기업은행 240억원 불법대출…금감원 일주일째 현장검사(2025년 1월10일)
기업은행에서 100억원대 이상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은 2014년 '모뉴엘 대출사기' 이후 10년 만이다. 금감원은 지난 3일 검사 인력을 파견해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책무구조도가 올해 본격 시행된 후 첫 번째 사고라는 점에서 시선이 모인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최고경영자(CEO)에게도 금융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현대판 '김선달'..모뉴엘의 대출사기 행각(2014년 10월23일)
다만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했고, 금융당국은 시범운영 기간(접수일~올해 1월2일까지) 중에는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이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번 금융사고에 대해선 책무구조도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신 프로세스 개선 및 임직원 대상 사고 예방 교육을 지속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