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은행들의 개인사업자대출이 역성장하고 있다.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은 지난해 1월에만 해도 전년 연말과 비교해 한달새 6조원 가까이 늘어났고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몇달새 확연히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같은 추세는 올해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5개 시중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이달에도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합산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327조2154억원)까지 증가하다 11월 327조104억원, 12월 325조6218억원, 올해 1월 324조9356억원, 2월 324조8695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23년 12월 말(313조4936억원) 대비 지난해 1월(319조2304억원) 5조7368억원이나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연말·연초 감소세는 뚜렷하다.
통상 은행들은 연초 대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한 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을 늘리기 마련이다. 올해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는게 은행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감소한 건 금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8~10월 4.47~4.73%에서 지난해 11월~올해 1월 4.60~5.25%로 상승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시점이다. 그럼에도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는 뛰었다. 5대 은행은 오히려 가산금리를 올려 개인사업자 대출 문턱을 높였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의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2020년 329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394조8000억원으로 1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연체액은 5593억원에서 2조2590억원으로 300% 넘게 치솟았다.
시중은행들 올해 목표는 '리스크 관리'다. 이를 통한 자본비율 관리도 더욱 중요해졌다. 부실 규모가 커진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추가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앞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은 자영업자가 지난해 11월 대비 올해 1월 20만명 이상 감소, 총 550만명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590만명),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600만명) 수준에도 못미친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어 자영업자 규모는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은행 입장에선 손해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며 "대신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올해 개인사업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은행은 현재 없을 것"이라며 "당장 이달에도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