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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감독' 무 자르듯?…가계부채·LTV는 금감위냐 재경부냐

  • 2025.09.09(화) 08:00

정책·감독기능 무 자르듯 구분 어려워
'옥상옥' 구조 금감위 역할 모호 지적도
금융권, 늘어난 감독기구에 불안

정부가 금융당국 조직을 개편하기로 결정하면서 금융정책과 감독 업무 등의 혼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환경 변화로 정책과 감독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정책·감독 업무 등 관련 기관이 기존 2곳(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서 4곳(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늘어난다. 이로 인해 업무의 중첩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중에서도 금감위의 존재가 '옥상옥' 구조로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책·감독기능 분리 어떻게

정부·여당(더불어민주당)의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예산처를 떼낸 조직)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친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탄생한다. 

금감위 아래 감독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과 소비자보호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금소원이 독립된 조직으로 만들어진다. ▷관련기사: 금융위 18년 만에 해체→금감위 부활…금감원·금소원 공기관으로(9월7일)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재경부로 이관될 금융정책 기능과 금감위가 맡을 금융감독 기능을 어떻게 구분해 조직을 나눌지에 대한 부분이다. 금융환경 변화로 관련 법과 시행령에도 감독 부분이 포함돼 있는 까닭이다.

한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과 지배구조법 등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과거에는 법과 시행령은 재경부 소관이었지만 현재는 법이나 시행령에도 감독 부분이 들어가 있어 이전처럼 일괄적으로 법과 시행령을 정책으로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자금융거래법의 경우 최근 IT 기술 발전과 함께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규제 체계가 보완되고 있다. 마이데이터와 오픈뱅킹, 간편결제 서비스 확산 등도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관련 정책과 감독 기능 강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 구조조정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3년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사례를 보면 당시 결정주체는 재경부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부동산PF 혹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을 정책 영역으로 볼지 감독 영역으로 볼지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금융 구조조정은 정책일수도 감독기능으로 볼 수도 있는데 과거 결정주체는 재경부, 실행은 금감위와 금감원이었다"며 "과거와 달리 금융산업이 복잡·다단해져 현 상황에선 무 자르듯 업무를 분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최대 현안인 가계부채 관리,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비율 관리 주체 등도 어떤 조직이 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주담대 규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금융권이 요구하고 있는 RWA(위험가중자산) 비중 조절 등은 금융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LTV 규제는 과거 시행세칙을 통해 금감위에서 했던 점을 고려하면 금감위의 역할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관리·감독이 중요하고 RWA 조정도 금감원 권한이라 감독 업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정책을 어디까지 볼지 헷갈리는 부분이라(당국) 내부에서 조정이 필요한데 은행 입장에선 어떻게 정리될지 예상이 어려워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옥상옥' 구조 금감위, 존재 이유는

금융권에선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통해 너무 많은 조직이 만들어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존 2개 조직에서 4개 조직으로 바뀌면서 이른바 '4명의 시어머니'가 생겼다는 불만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원회 신설로 사라졌던 금감위 체제로 다시 돌아간다는 점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과거 금감위를 금융위와 금감원 체제로 전환한 것은 금감위가 정책과 감독 기능을 동시에 가지면서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이유였다. 

재경부로 이관할 금융정책 기능과 금감위가 맡을 금융감독 업무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과 함께 실제 감독 집행 업무를 하는 금감원, 소비자보호에 중점을 두는 금소원이 존재하는 만큼 금감위 역할이 모호하고 오히려 역할이 중첩돼 책임소재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조직개편 내용을 보면 금감원과 금소원 위에 금감위가 있는 '옥상옥' 구조"라며 "금융감독 기능 중에서도 정책과 집행을 나누겠다는 것인데 금감위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위 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하면 금감위는 기존 금융위의 반쪽짜리 조직으로 볼 수 있다"며 "재경부에서 정책을 총괄하고 감독 실행기관이 존재하는데 금감위는 어떤 역할을 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직 분할을 통해 서로 견제하는 기능도 있겠지만 조직이 너무 많아지면 업무 중복과 혼선으로 인한 책임전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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