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문화 전문 유통업체 한세그룹 계열 한세엠케이가 합병을 앞두고 3주 동안 주가에 눈을 못 뗄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는 통과했지만 마지막 관문인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남아 있어서다.
특히 주주 9% 정도가 반대표를 던지고 주식을 사달라고 해도 ‘없던 일’로 할 수 있게 선제조건을 내건 터다. 설령 통합이 성사되더라도 지금과 같이 시원찮은 주가 흐름으로는 자칫 적잖은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개연성을 갖고 있다.
창업주 맏딸 김지원 경영 계열사 통합
26일 한세엠케이에 따르면 지난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비상장 한세드림과의 합병계약 안건을 승인했다. 한세예스24 계열 의류업체간 통합은 영업망 공유를 통한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TBJ’를 비롯한 20~30대의 트렌드 의류와 ‘NBA’ 등이 스포츠 의류를 주력으로 하는 패션업체다. 한세드림은 ‘컬리수’, ‘모이몰른’ 등의 키즈 브랜드를 가진 유아동복 업체다.
특히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한세예스24 창업주 김동녕(76) 회장의 2세 경영승계와 맞물려 있다. 딸이 경영하는 계열사들을 합치는 성격이다. 한세엠케이와 한세드림의 각자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이가 김 회장의 2남1녀 중 맏딸 김지원(40)씨다.
합병 안건이 주총을 통과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앞으로 3주 동안 이번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실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모아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조건부 합병으로 추진하고 있는 까닭에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무산될 개연성이 있어서다. 관건은 주가 흐름이다.
한세엠케이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 한세예스24홀딩스다. 지분 50.77%(이하 특수관계인 포함 51.84%)를 보유 중이다. 자사주로는 15.35%가 있다. 이를 제외한 32.81%가 소액주주(24.48%) 등 기타주주 소유다. 한세드림은 홀딩스가 88%(100%)를 가지고 있다.
시원찮은 주가 흐름 반전 가능할까
현 주주 분포 아래에서 한세엠케이는 별도의 합병 선제조건을 내건 상태다. 합병 반대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합병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 합병을 추진하기는 하지만 내부현금이 지나치게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마지노선 50억원은 주식수로 환산하면 8.65% 수준이다.
행사기간은 주총일로부터 다음달 14일까지다. 행사가는 주당 4477원(액면가 500원)이다. 반면 주가는 합병 추진 직전 4900원(이사회 결의 전일 6일 종가)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 중순 이후 줄곧 행사가를 밑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총 당일에는 3775원으로 주저앉았다. 행사가 대비 15.7%(702원) 하락한 수치다.
현재 한세엠케이 측은 이번 주총에서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식수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고,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별도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략 가늠할 수는 있다. 우선 이번 주총에서 합병 반대 주식이 기준금액을 넘지 않았다면 청구권 행사 규모에 상관 없이 합병은 예정대로 마무리된다. 문제는 넘어섰을 때다. 특히 주총 전 시원찮은 주가 추이를 놓고 볼 때, 가능성이 없지 않다. 통상 이 같은 흐름에서는 차익을 염두에 둔 반대 의사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3주 동안 주가가 반전이 없는 한, 반대 주식 상당수가 실제 청구권 행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뜻이다. 기타주주 중 3분의 1만 청구권을 행사해도 합병은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설령 50억원을 넘더라도 합병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는 있지만 적잖은 자금 유출은 감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