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중견그룹 ‘경동(慶東)’의 3남가(家) 원진(元進) 내에 ‘경동월드와이드’란 계열사가 하나 만들어졌다. 손달호(65) 회장과 손형서(38) 현 ㈜원진 대표 오너 부자(父子)가 나란히 대표를 맡을 정도로 주력사였다.
하지만 이 계열사로 인해 원진은 적잖은 질곡을 겪었다. 작년 10월 청산 절차를 거쳐 지금은 법인의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이유다. 2018년 건축자재사업에서 200억원대의 하자가 발생한 데서 비롯됐다.
연탄 화덕서 출발 내화물 사업은 견실
경동월드와이드는 원래 석탄 채굴업체 ㈜경동에서 내화물(耐火物) 부문을 떼어내 만들어진 업체다. 1967년 11월 왕표연탄(현 ㈜원진)에서 출발한 경동이 연탄 화덕을 만들면서 시작된 분야다.
초창기 내화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던 경동월드와이드는 순탄했고, 벌이는 쏠쏠했다. 2004~2016년 이후 적게는 475억원(2006년), 많게는 697억원(2010년) 매출에 13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단 한 번뿐이다. 한 해 많게는 42억원 평균 16억원을 벌어들였다.
현재 내화사업을 하고 있는 ‘원진월드와이드’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7년 11월 경동월드와이드에서 도로 떼어내 설립된 계열사로 손 회장이 초기부터 직접 대표를 맡아 경영하고 있는 곳이다.
원진월드와이드는 경남 양산 본사를 비롯해 중국 청도 및 영구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2018~2021년 매출 690억~772억원에 영업이익으로 25억~34억원을 벌어들였을 정도로 내화사업은 현재까지 원진의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동 분리, 건자재 부실로 사세 위축
문제는 다음이다. 경동월드와이드가 내화물 사업을 분리한 뒤 타깃으로 한 분야는 건축자재다. 원진 계열 지배회사 ㈜원진이 1999년부터 ‘흙사랑’을 브랜드로 한 건축내장재 황토방 및 아파트 등 건물의 층간소음 방진재 등을 생산하면서 시작된 분야다. 2016년 7월에는 경동월드와이드가 자체개발 신소재 ‘경동S-우드’로 만든 환경 마루 바닥재 ‘경동 순마루’를 출시하기도 했다.
원진월드와이드 분할 이듬해 사단이 발생했다. 2018년 건설업체에 공급한 건축자재에 하자가 발생했다. 후유증은 컸다. 거액의 하자보수비를 짊어졌다. 2018년 104억원을 부담하고, 추가적으로 123억원을 손실로 처리해야 했다. 대량 적자는 불 보듯 뻔했다. 순익적자 216억원. 자산(144억원)보다 부채(180억원)가 36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런 이유로 경동월드와이드 법인 정리는 자연스런 수순일 수 있다. 2020년 2월 최대주주(94.4%) ㈜원진의 104억원 자본수혈이 있고난 뒤 작년 10월에 가서는 최종 청산하게 된 것이다. ㈜경동의 추가 계열분리와 더불어 원진의 사세가 전보다 뒷걸음질 치게 된 배경이다.
자원재생 바이오매스 공들이는 후계자
㈜경동은 원래 2002년 11월 계열분리 이후에도 경동 장남가와 3남가 공동 소유였다. 손경호(78) 경동도시가스 명예회장과 손달호(65) 원진 회장이 2013년 말까지 함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던 게 방증이다. 주주의 면면도 ㈜원진이 지분 46.23%를 가진 1대주주로 있었지만 경동도시가스도 45.23%를 보유했다.
반면 2014년 4월 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 사업부문과 연탄 제조업체 경동개발을 ‘경동에너지’로 떼어 내 손 회장 지배 아래 두게 되면서 기존 ㈜경동은 사실상 손 명예회장 계열로 편입됐다. 경동도시가스 49.20%, ㈜원진 46.23%로 1, 2대주주 지위가 바뀐 것도 이 무렵이다.
이어 2018년 12월 가서는 ㈜원진 소유의 ㈜경동 지분을 전량 283억원을 받고 경동인베스트(옛 경동도시가스·2017년 4월 지주 전환)에 넘겼다. 공교롭게도 자회사 경동월드와이드가 220억여원의 하자보수비를 물어야했던 시기다.
이에 따라 현재 원진그룹은 내화물, 광물, 자원재생 분야 등에 걸쳐 4개 계열사를 경영하고 있다. 아울러 오너 부자가 나란히 지배회사 ㈜원진 대표로 앉아 있으면서 내화물 사업은 손 회장, 자원재생 분야는 손 대표가 나눠 경영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손 대표는 경동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동개발은 2017년 6월 경동에너지 흡수합병 계기로 현재 목분(木粉), 목재펠릿, 목재칩 등 목질계 바이오매스(Biomass·생물자원)를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다. 손 대표는 2016년 3월부터 경동개발 대표를 맡아 경영 총괄하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경동개발은 매출이 2018년(206억원) 이후 매년 예외 없이 감소 추세로 작년에는 51억원에 머물렀다. 다만 영업이익이 연속적자 뒤 2021년 8억여원 흑자로 돌아서며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