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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삼화페인트 김-윤씨家 분쟁의 도화선 ‘BW’

  • 2022.11.23(수) 07:10

[중견기업 진단] 삼화페인트③
김장연 회장, 2013년 4월 워런트 100억 인수
동업자 윤씨家, 영향력 축소 우려 법정 다툼
김 회장 승리…지분강화뒤 2018년 회장 취임

2013년 4월, 중견그룹 삼화페인트의 모태기업이자 주력사인 삼화페인트공업㈜는 자금조달을 위해 사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을 산은캐피탈 등을 대상으로 발행했다. 만기 5년(2018년 4월)짜리다. 김-윤씨 동업자 집안의 격한 분쟁의 전주곡이었다. 

발행주식의 9% 워런트 쥔 김장연 회장

문제는 삼화페인트 2대 경영자 김장연(65) 현 회장이 BW 발행과 동시에 사채와 분리된 신주인수권(워런트) 100억원어치를 3억5000만원(주당 173원)을 주고 사들인데 기인한다. 

당시 김 회장 지분은 27.71%(누나 김귀연씨 포함 29.54%). 이에 더해 5년간 기회를 봐가며 당시 발행주식의 9.02%(201만9380주)나 되는 주식을 주당 4952원(행사가)에 추가로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윤씨 일가가 가만있지 않았다. 2007년 비록 동업에 마침표를 찍고 삼화페인트 경영에는 발길을 끊었지만 2대주주로서 26.91%나 되는 지분을 꿋꿋이 지키며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동업자 집안이다.

집안 2대 대표를 지낸 고 윤석영 부사장의 부인이자 주요주주(지분 5.20%)로 있던 박순옥(66)씨가 삼화페인트와 김 회장을 상대로 BW 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워런트 인수가 김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상대적으로 동업가의 영향력 축소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봤다.   

법정 분쟁은 2015년 12월까지 3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1심은 박순옥씨의 승리였다. 하지만 2심에 가서 뒤집혔다.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금 사정상 불가피했다는 김 회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대법원도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30% vs 27% 분할 구도의 균열

김 회장의 BW 워런트 행사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만기를 1년 반 앞둔 2016년 11월 100억원어치를 전액 주식으로 전환했다. 삼회페인트 주식 시세(1만원)가 행사가(4952원)를 2배 웃돌던 때다. 

김 회장은 1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까지 챙기며 개인지분이 27.71%→32.41%로 뛰었다. 누나 김귀연씨와 합하면 29.54%→34.02%로 확대됐다. 반면 윤씨 일가 지분은 26.91%→23.75%로 축소됐다. 2007년 이후 3%p가 채 안됐던 두 동업 집안의 격차가 10%p 넘게 벌어졌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 명함을 버리고 ‘대표이사 회장’ 명함을 만든 게 2018년 1월의 일이다. 동업자 집안과의 분쟁을 일단락 짓고 1인 지배체제를 갖춘 만큼 사실 회장 승진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1993년 부친 고(故) 김복규 창업주 작고 이듬해 37살의 이른 나이로 가업을 승계한 지 24년만이다.

2020년 12월에 가서는 윤씨 일가 중 보유주식을 내다파는 이도 생겨났다. 박순옥씨(2.10%)와 아들 3형제 중 장남 윤준호(37)씨(1.30%)가 도합 3.40%를 87억원(주당 1만5600원)에 장내 매각했다. 윤씨 가의 주식 처분은 2003년 12월 이후 17년만이다. 

이에 따라 현재 윤씨 집안은 고 윤희중 공동창업주의 장남 윤석천(74)씨(5.52%), 3남 윤석재(61)씨(6.90%) 등 보유지분이 많아봐야 20.10%다. 주식 대량보유 보고 제도, 이른바 ‘5%룰’의 보고 의무가 없어진 박순옥씨 모자가 잔여지분 4.84%를 추가 매각을 했을 개연성도 없지 않아, 적으면 15.26%다. 윤씨 일가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의미다.

김장연 회장의 여유…3% 첫 지분 매각 

작년 1월 김 회장이 처음으로 지분을 매각한 일은 윤씨 일가와 현격하게 지분을 벌린 데 따른 여유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윤씨 가의 박순옥·윤준호 모자의 주식 처분이 있고 난 직후다. 당시 김 회장은 블록딜을 통해 NH헤지자산운용 등 4개 기관투자가에게 2.98%(80만주)를 넘겼다. 대가로 124억원(주당 1만5490원)을 손에 쥐었다.  

개인지분 매각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지분은 현재 27.03%나 된다. 특수관계인으로 있는 누나 김귀연(74)씨(1.50%), 맏딸 김현정(37) 삼화페인트 상무(0.04%) 등과 합하면 28.84%다. 윤씨 일가를 많게는 13.58%p, 적게는 8.74% 따돌리고 있다. 이에 더해 삼화페인트 자사주가 13.28%나 된다. 일본 제휴선 츄고쿠마린페인트(CMP) 7.94%까지 합하면 50.06%다.   

참고로 삼화페인트는 현재 츄고쿠삼화페인트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1988년 10월 CMP와 합작으로 경남 김해에 설립한 선박용 도료업체다. CMP가 지배주주로서 59.4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16.24%다.  

CMP는 2002년 11월 삼화페인트의 5% 주요주주로 등장한 이후 전략적 제휴를 명분으로 지분 확보에 부쩍 열을 올렸다. 2011년 11월에는 14.5%까지 갔다. 현 7.94%는 2013년과 올해 9월 매각하고 남은 지분이다. 김 회장의 뒤를 받치고 있는 우호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거버넌스워치] 삼화페인트 ④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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