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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한일시멘트 ‘물오른’ 허기호 1인 체제의 ‘민낯’ 

  • 2023.03.02(목) 07:10

[중견기업 진단] 한일시멘트③
2018년 私기업 중원 지분 38% 1대주주
한일시멘트 계열빨 덕에 기업가치 ‘Up’
매각자금 170억…홀딩스 6% 인수 활용

강력한 오너십 구축에 관한 한, '참 쉽쥬!’라는 말 내뱉을 법 하다. 적잖은 ‘계열빨’을 기반으로 11년간 ‘물주며 키운’ 그룹사를 ‘물오른’ 1인 지배체체의 결정적 한 수로 썼다.  

건축자재 중견그룹 한일시멘트의 3대 경영자 허기호(57) 회장이 2018년부터 지주 체제 전환→개인회사→자사주 소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지배기반 강화 수단 중 곱지 않은 눈총을 받았던 카드다.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

개인회사 중원㈜ ‘물주며 키운’ 이유

앞서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②편’에서 얘기한 대로, 허 회장은 2018년 7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한일홀딩스 지분을 ‘무(無)자본’으로 10.11%에서 22.91%로 끌어올렸다.  

쉼 없었다. 그 해 12월에는 계열 주주사 중원㈜이 갖고 있던 홀딩스 지분 9.01% 중 5.8%를 인수했다. 28.71%로 뛰었다. 2016년 5월 회장 승계 이듬해 최대주주로 부상한 이후 1인 지배체제는 더 굳어졌다.     

한데, 당시 딜에서도 자금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허 회장은 홀딩스 지분 인수 대가로 중원㈜에 213억원을 줬다. 이 재원 상당액이 중원㈜ 지분 매각자금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즉, 중원㈜ 1대주주로서 지분 38.09%를 갖고 있던 이가 허 회장이다. 이를 딜이 있던 시기에 거래처인 ㈜금풍(31.29%·183억원), 유성관광개발(6.8%·30억원)에 주당 17만7000원(액면 5000원), 총 168억원을 받고 전량 매각했던 것. 허 회장이 중원㈜를 공들여 키운 이유이기도 했다. 

허기호 등 3형제 주축 중원㈜ 인수

중원㈜는 옛 ‘중원전기’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배전용 전기기자재, 정밀금속 부식 가공, 공정자동화 솔루션 업체다. 만들어진지는 1962년 3월로 한참 됐다. 2007년 한일시멘트 계열로 편입됐다. 허 회장이 2005년 1월 모태 옛 한일시멘트㈜ 대표에 오르며 경영일선에 등장한 지 2년쯤 뒤다. 

반면 중원㈜가 한일시멘트 그룹사가 된 이유는 당시 지주회사격인 옛 한일시멘트㈜ 등 계열 출자에 의한 게 아니다. ‘허(許)’씨 오너 일가 7명이 지분 84.88%를 직접 사들였다. 특히 주체가 허 회장과 두 동생 허기준(54) 전 한일Development 부사장, 허기수(53) 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부회장 등 3형제다. 각각 29.67%, 20.05%, 13.11% 등 도합 62.83%를 소유했다. 

이밖에 모친 김인숙(81)씨, 숙부 허일섭(67) 녹십자 회장, 허동섭(75) 명예회장의 두 딸 허서연(46)․허서희(37)씨가 일가의 면면이다. 김인숙씨는 2008년 3월~2014년 5월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어 2016년에 가서는 중원㈜가 아예 3형제 주주 체제로 재편됐다. 2015년 사촌(각각 6.18%), 2016년 모친(8.02%)과 숙부(8.18%)가 잇달아 지분을 넘긴 데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로 있던 허 회장 지분이 33.96%다. 

중원㈜, 한일시멘트 매출비중 많게는 ‘39%’

허 회장의 중원㈜ 인수 의도에 붙어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원㈜는 계열 편입 2년 뒤인 2009년 11월부터 한일시멘트㈜ 주식 매입에 뛰어들었다. 이어 2017년 7월까지 사모은 지분이 3.98%나 됐다. 

허 회장이 2005~2017년 한일시멘트㈜ 지분을 1.84%→10.11%로 끌어올리며 열을 올리던 시기, 중원㈜는 허 회장의 지배기반을 간접적으로 보강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던 셈이다.   

이듬해 7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중원㈜에게도 홀딩스 지분이 한 단계 ‘레벨-업’되는 계기가 됐다. 사업 자회사 한일시멘트㈜ 주식(3.98%)을 지주사로 갈아타게 되면서 9.01%로 뛰었다.  

중원㈜이 당시 지분을 갖기 까지 소요자금은 205억원. 적잖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주력사 한일시멘트가 든든한 뒷배가 돼줬고, 이를 기반 삼아 벌이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수치가 증명한다. 

2008년 매출이 230억원 정도였던 중원㈜는 2017년 546억원을 찍었다. 특히 계열 편입 이듬해 11월 전기공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부쩍 늘었다. 이 기간 한일시멘트㈜ 매출이 많게는 167억원이나 됐다. 비중이 한 때는 39.1%에 이르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벌이가 안좋을리 없다. 영업이익이 2억원에서 2013~2017년에는 35억~52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은 0.7%에서 7.2%~10.8%로 뛰었다. 이 기간 주주들에게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따박따박 총 57억원의 배당금을 풀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허 회장은 적잖은 ‘계열빨’을 통해 중원㈜ 주식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팔아 홀딩스 지배력 강화에 활용한 셈이다. 당시 주당가격이 액면가의 35배다. 허 회장이 1인 체제 구축을 위해 둔 결정적 한 수에는 이렇듯 교묘함을 담고 있다. 

허기호가 믿은 구석(?) 우덕재단

멈추지 않았다. ‘무자본의 매직’ 또 한 번 선보였다. 한일홀딩스는 2018~2020년 3차례에 걸쳐 자사주 8.08%를 불태워버렸다. 허 회장이 홀딩스 지분 31.23%를 보유하게 된 이유다. 

게다가 개인자금을 전혀 들일 필요 없이 계열 지배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믿는 구석(?)’이 또 있다. 비록 홀딩스 지분을 직접 소유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영향권에 둘 수 있는, 바로 ‘우덕재단’이다. 

1983년 11월 고(故) 허채경 창업주가 설립한 ‘삼천리재단’을 전신으로 한다. 1992년 1월 자신의 호를 따서 ‘우덕재단’으로 개칭했다. 창업주 별세 이후 1995년 9월부터 5남1녀 중 장남인 허정섭(84) 명예회장이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장학·학술 지원 및 공익사업을 한다. 

우덕재단이 현재 한일홀딩스 지분 4.21%와 한일시멘트㈜ 4.27%를 소유 중이다. 따라서 허 회장이 부친의 이사장직을 물려받게 되면 개인주식을 합해 홀딩스 지분 35.44%를 자신의 지배 아래 두게 된다. (▶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④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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