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代) 물림 호기? 상장사 오너 일가들과 경영진들의 주식 증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신통찮은 증시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증여세를 최소화 하면서 싼 값에 주식을 물려주는 데 이만한 타이밍에 이만한 설 선물도 없다.
갓 돌 지난 손주에도 첫 주식 증여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기계 전문업체 TYM의 오너 김희용(82) 회장은 지난달 17일 TYM 지분 9.62%를 김식(45) 전무에게 전량 증여했다. 당시 주식시세(종가 5940원)로 257억원어치다.
이번 증여로 후계 지분승계를 매듭지었다. 김 전무는 김 회장의 2남1녀 중 차남이다. 최대주주로서 소유지분을 10.68%→20.3%(특수관계인 포함 32.05%)로 확대했다. 다음이 장남 김태식(51) 전 부사장 5.34%, 장녀 김소원(46) 전무 4.10%다.
LCD 검사장비업체 동아엘텍의 오너이자 1대주주인 박재규(69) 회장은 2세 승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올 1월 11일 지분 30.92% 중 무려 18.05%를 2세들에게 나눠줬다. 액수로는 125억원(주당 6230원)어치다.
수증자가 두 아들 박진균(37) 부사장과 박진철(33)씨다. 각각 9.38%를 확보하며 처음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박 부사장이 동아엘텍 계열(48.06%) OLED 장비제조업체 선익시스템의 상무(전략기획부문장)에서 모회사의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올해 1월이다.
갓 돌이 지난 손주에게 주식을 증여한 오너 일가도 있다. 대상그룹의 방계가인 엔피씨(NPC)의 임익성(69) 회장이다. 임창욱(75) 대상 명예회장의 사촌이다. 1월25일 장남 임수환(40)씨의 아들인 2022년 11월생 임태오에게 처음으로 1억원가량인 0.05%를 쥐어 줬다.
이밖에 와이어블 장석하(87) 회장이 후계자인 장병권(65) 부회장에게 24.59%를 물려준 것을 비롯해 가온그룹, 에스디바이오센서, 카이노스메드, 상아프론테크, 티앤엘 등이 올 들어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주식 증여가 이뤄진 상장사들의 면면이다.
부진했던 1월 증시…절세 호기?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상장주식 증여시 재산가액은 증여일 이전 2개월, 이후 2개월 도합 4개월의 최종시세 평균값으로 매겨진다. 즉, 이유야 후계 승계, 재산 증여 등 제각각일 테지만, 근래 증시 상황은 주식 증여에 있어서는 비교적 우호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달 들어 차츰 회복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국내 증시는 올 들어 부진한 1월을 보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초 2660선에서 1월17일에는 2430선으로 밀리며 8%가량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작년 11월 중순 이후 2개월 만에 800선을 내주며 약세 흐름을 면치 못했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 조짐을 보이는 데다 조짐과 중국 경제 침체 영향,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 등 대외 변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실제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떨어진 주식이라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향후 주식가치가 상승해도 차익에 대한 세금은 당연히 붙지 않는다.
상장주식은 현금 증여와 달리 증여 후 2개월간 주가 추이를 보며 증여 취소가 가능한 것도 이점이다. 증여 뒤 주가가 예상과 달리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증여세 신고·납부기한(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내에 증여를 취소한 뒤 상황을 봐가며 증여세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저점이라고 판단될 때 다시 증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