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성인에게만 허용됐던 비만 치료제가 청소년으로 확대되었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서도 만 12세 이상 청소년 처방이 가능하도록 승인 받으면서다.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이나 몸매 관리용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돼 왔지만,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비만의 경우 성인기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전날(27일) 서울역 인근 비앤디파트너스에서 '10년 새 약 2배 늘어난 청소년 비만, 올바른 치료 로드맵은?'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내분비 분과전문의 이영준 교수,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해상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용희 교수가 참석해 국내 청소년 비만 현황과 사회적 문제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
소아청소년 비만 '자신 책임' 인식 높아
홍용희 교수는 국내 비만인 청소년과 보호자 상당수가 청소년 비만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여기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홍 교수에 따르면 비만인 청소년 476명과 보호자 523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비만 인식 실태' 설문조사에서 '체중관리에 대한 청소년의 태도'에 대해 '내 체중관리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답한 해외 비만인 청소년은 65%인 반면 국내는 80%에 달했다. 비만인 청소년의 보호자도 '내 아이의 체중 관리는 전적으로 내 아이의 책임'이라고 인식한 비율이 해외는 37%였지만 국내는 45%로 더 높았다.
홍 교수는 "비만은 개인의 의지로만 극복하기 어려운 질병임에도 낙인 우려로 인해 전문가와의 상담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국내는 비만을 자신의 책임으로 낙인시키는 인식이 강해 소아청소년이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식사, 운동, 행동치료를 포함한 생활습관 교정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학교와 가정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비만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이해상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비만은 대부분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성인 비만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는 2020년 1억7500만명에서 2035년 3억8000만명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은 80% 이상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합병증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유전적 요인, 사회환경적 요인, 내분비적 요인, 신경심리학적 요인 등 복잡한 상호작용이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수면무호흡, 담석, 비알코올지방간질환, 다낭성난소증후군, 성조숙증, 당뇨병 등 다양한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내 학생들의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은 남학생이 43%, 여학생은 24.6% 수준이었고 유전적 요인의 경우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 소아청소년 비만 위험이 15배나 증가한다"면서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의 출발점은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0대 합병증 발병으로 사회·경제적 손실 우려
이영준 교수는 일반 성인의 경우 60~70대에 나타나는 질환들이 비만 소아청소년에게서는 20~30대에 나타나 사회 및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 중 높은 확률로 20~30대 등 사회적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여러 합병증이 조기 발병하게 되고 이는 결국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성인과 달리 올바른 성장을 동반해야 하는 만큼 식습관, 운동, 심리 등을 병행해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4일 노보노디스크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의 주 1회 투여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해 식이요법 및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요법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기존에는 성인에게만 처방이 가능했지만,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의 30kg/m² 이상에 해당하고 체중 60kg를 초과하는 비만 청소년을 치료하는 데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의 약물적 비만 치료가 최선이 아닌 최후라는 점을 강조했다. 적절한 생활습관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이후에도 체중 감량이 어려울 경우 약물치료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에 대한 문제가 유독 부각되고 있는데 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정부 및 의료계의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비만을 미용 목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들에게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는 약물이 국내에 안착한 것을 계기로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