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발한 중동사태로 원가 부담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약가인하까지 이뤄질 경우 제약 산업계는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과 관련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약가인하 영향 분석, 유통질서 확립, 제약산업 선진화방안 등 3대 사항의 공동연구에 즉각 착수해달라.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논의를 앞두고 제약업계가 제도 개편에 반발하는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며 이 같이 밝혔다.
복지부는 당초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에서 약가제도 개선안을 상정하고 오는 7월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산업계의 반발로 한 차례 유예했고, 한 발 물러서 약가인하 제도 시행을 내년 1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오는 11일 본회의에 앞서 소위원회를 열고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단독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그동안 급격한 약가인하 중단 및 개편안 의결 유예, R&D 등 혁신에 대한 확실하고 강력한 지원방안 마련, 산업 육성과 약가제도를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정부와 산업계 간 의사결정 체계 구축 등을 촉구해왔다"면서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합리적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사태로 원가 폭증에 부담 가중
최근 불거진 중동사태로 제약업계는 약가인하 제도 개편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다. 비대위는 "중동사태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산업의 원가 부담이 폭증하고 있다"면서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인한 제약 산업계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규모 약가인하가 강행될 경우, 산업계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약가제도 개편에 대비한 비상경영체계로 속속 돌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현재 기업들은 R&D 및 설비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보류하고 있으며, 신규 인력 채용을 중단하고 있다"면서 "채산성이 낮은 의약품은 품목 허가를 자진 취소하거나 생산라인 축소를 검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비상경영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일동제약 윤웅섭 회장은 "약가 인하는 단순한 이익 감소 문제가 아니라 사업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면서 "생존을 위해 약가제도 개편안을 대비해 신사업 부문과 R&D 예산을 비상경영 체계에 맞춰 조정했다"고 말했다.
약가제도 개편안으로 산업의 성장 동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단순한 경영 위기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명 운동 전개…민관 공동연구 착수 제안
비대위는 약업인들을 대상으로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서명운동도 전개한다. 이번 서명운동은 일방적인 약가인하 강행이 보건안보와 신약 개발 등 혁신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에 재고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비대위는 정부에 △약가인하가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 분석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 개선 △산업의 지속가능한 선진화 방안 도출 등 3개 사항에 대한 민·관 공동연구 착수를 공식 제안했다.
비대위는 "제약산업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국가 전략산업이며, 지금은 한국 제약산업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산업이 살아야 국민 건강도 지킬 수 있고, 한 번 무너진 산업 생태계는 회복하기 어렵다. 중동 사태 등으로 인한 4중고 속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과 설계"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산업계의 공동연구 요구를 수용해 1년 내 결과를 도출하고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면,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 현장의 수용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제약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이번 정책 결정에서 정부의 대승적 수용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