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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家]<11>오성 ①금성사와 ‘3星’

  • 2013.08.13(화) 09:14

부산·경남지역 중견 전자그룹으로 성장

한국 재계의 큰 별 뒤에는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주고 버틸 힘을 주는 강인한 ‘어머니 별’이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어머니 고(故) 박두을 여사,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어머니 고 변중석 여사 등은 재계에서 전형적인 한국 여인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늘날 수많은 LG가(家)의 별들을 길러내기까지 고 하정임(1924~2008) 여사 또한 ‘철녀(鐵女)’ 같은 존재였다는 점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LG家의 정신적 지주

경남 진주 대곡면 단목리가 고향인 하 여사는 18살 때인 1942년 이웃마을 지수면 승산리에 살던 한 살 아래의 구자경(88) LG그룹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맞선도 없이 어른들이 배필(配匹)을 정해주던 시절, 장손의 혼사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구 명예회장의 조부모가 선비 집안의 장녀이자 한학에 뛰어난 소양을 갖춘 하 여사를 장손며느리로 점찍었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하 여사가 유교적 가풍이 강한 시가(媤家)에서 재벌가 안주인 답지 않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고 후덕하고 검소한 생활로 평생을 종부로서 헌신해온 것으로 평가한다. 6남4녀의 다손(多孫) 집안에서 시부모와 시동생들을 뒷바라지했고, 특히 여든이 넘어서까지 제사를 손수 챙긴 일은 여전히 세간에 귀감으로 회자된다. 한편으로는‘내조의 여왕’으로서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여섯 남매를 키웠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2008년 1월 85세를 일기로 영면에 든 하 여사는 LG가의 정신적 지주(支柱)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을 LG가에 헌신한 하 여사의 기품은 유교를 숭상하는 가문에서 전통적인 부덕(婦德)을 배우고 성장한 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 여사는 경남 진주의 대표 문중(門中)인 진양하씨(晉陽河氏) 창주파(滄洲派) 후손이다. 창주 하증(1563~1624)을 파조(派祖)로 하는 가문으로 대곡면 단목리를 세거(世居)의 기반으로 삼아 17세기 중엽까지는 남명학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이후로는 진주 지역의 노론를 대표하는 가문이었다.

하 여사는 진양하씨 창주파 11대손인 담산 하우식(1875~1943) 선생의 맏손녀다. 담산공은 1900년대 초반 진주지역 노론계의 대표적인 학자였고 임천서원을 중건하기도 했다. 담산공의 장자(長子)인 해성 하순봉(1901~1970) 선생 또한 부조(父祖) 이래의 가학(家學)을 계승해 학행으로 명성이 높았고 필법에도 조예가 깊었다. 순봉 선생은 정회남 씨와의 사이에 3남3녀를 뒀는데 아들 3형제가 효준·효상·효락 씨이고, 맏딸이 하 여사다. 하 여사의 여동생으로는 옥임 씨 등이 있다.

◇LG와 끈끈한 사업적 유대

진양하씨 창주파 후손들이 걸어온 길을 더듬어가다 보면 하 여사가 LG가에 큰 족적(足跡)을 남겼듯, 적지 않은 후손들이 기업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3성(星)’ 그룹들이 대표적이라 할 만 하다. 특히 대한민국 전자산업을 이끌어 온 LG그룹과 끈끈한 사업적 유대관계를 읽을 수 있다.

LG그룹은 고 연암 구인회 창업주가 1947년 1월 부산에 락희화학공업사(옛 LG화학)를 세워 화장용 크림 생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됐다. 화학산업의 성공을 기반으로 뻗어나간 분야가 전자산업이었다. 1958년 10월 국내 최초의 종합가전업체 금성사(金星社)를 세웠다. 글로벌 가전업체로 장족의 발전을 이룬 LG전자의 태동이었다.

‘금성’은 ‘지구나 별은 무궁한 것이며 더욱이 별은 화려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95년 1월 그룹 CI를 ‘럭키금성’에서 ‘LG’로 변경하면서 금성사도 ‘LG전자’로 이름을 바꿨지만, ‘가전은 금성’이란 인식이 뿌리깊을 만큼 ‘금성’ 브랜드는 우리나라 가전산업의 발전과 역사를 같이했다. 특히 금성을 영어로 풀어 쓴 ‘GoldStar’ 브랜드는 한국 전자제품 수출의 대명사였다.

금성사가 태동한 부산에는 몇 해 뒤 두 개의 또다른 별이 떴다. 낮에 나온 별로 태양을 일컫는 ‘오성(午星)’과 별과 철의 의미를 담고 있는 ‘성철(星鐵)’이 그 하나다. 금성사의 협력업체로 출발해 LG전자와는 지금도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알토란 같은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5년에는 혜성(COMET)을 뜻하는 ‘코멧’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집안의 형제라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이름에 돌림자(字), 즉 항렬(行列)을 쓴다. 형제간에 돌림자를 쓰듯 하나같이 ‘성(星)’자를 사명에 담고 있는 오성, 성철, 코멧 등은 LG의 대표적 외가그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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