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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의 정석' 현대제철-하이스코, 수직계열화 완성됐다

  • 2013.10.17(목) 16:12

올해 초부터 논의..하이스코 냉연부문 현대제철에 흡수
자동차 강판 수직계열화 완성..외형·내실 모두 시너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다만, 시기가 언제냐가 관건이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흡수 합병키로 했다. 현대제철이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한 만큼 굳이 철강부문을 이원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은 의미가 크다. 현대제철은 이번 합병으로 쇳물에서 냉연강판에 이르는 일관 공정을 확보하게 됐다. 포스코와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돌입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 현대차그룹 "3고로 완성을 기다렸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합병의 당위성과 시너지 측면에서 좋은 그림이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꾸준히 이 문제를 논의해왔다. 하지만 합병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제철이 관건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철강 산업을 영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길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제철의 고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야 했다.

▲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설은 지난 2010년 현대제철이 1고로를 완공했을 때부터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고로가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렸다, 고로에서 뽑아내는 쇳물의 양과 품질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이 최종적으로 그리고있던 고품질 자동차 강판 생산이 이뤄질 수 없어서였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제철 3고로가 완성되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을 결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충남 당진 제철소를 건설하면서 총 3기의 고로를 설치키로 했다. 연산 1200만톤 규모다. 통상적으로 고로를 통해 연산 1000만톤 이상을 생산할 수 있어야 글로벌 수준의 철강사로 인정받는다.

자동차 강판은 재료인 열연강판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열연강판은 고로에서 뽑은 쇳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품질이 좋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고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대차그룹이 3고로 완성을 기다린 이유다.

지난 2010년 고로 1기, 2011년 고로 2기가 완성됐을 때도 합병 이야기는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설(說)'로 끝났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합병을 3고로 완성 이후로 잡아두고 있었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하이스코에 이런 계획을 통보했다.

◇ 현대제철, 합병으로 재무구조 개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통합은 일단 시너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우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쇳물을 뽑아 열연강판에서 냉연강판까지 한번에 생산할 수 있는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이런 일관 공정은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현대제철에게는 상공정(쇳물 생산)을, 현대하이스코에게는 하공정(제품 생산)을 맡겼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도 포스코와 같은 구조를 갖게 됐다.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에는 현대제철의 열연설비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설비가 함께 있다.

▲ (자료:KDB대우증권 추정)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고로 건설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올해 현대제철의 총 차입금은 11조원 수준이다. 이자비용만 3000억원 선이다. 비록 3고로 완성으로 대규모 투자는 끝이 났지만 한동안 원금 상환에 주력해야 한다.

반면 현대하이스코는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다. 올해 당진 제2냉연공장 증설이 끝났다. 증설효과와 안정적인 마진을 바탕으로 내년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7700억원 선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현대제철의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 포스코의 '대항마'가 되다

이번 합병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포스코의 유일한 대항마로 등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합병으로 매출액 20조원, 연산 2400만톤(고로 1200만톤 포함) 규모의 글로벌 철강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무엇보다도 '열연강판-냉연강판-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확실한 수직계열화도 완성했다는 점이 포스코에겐 위협적이다.

현대·기아차는 매출액 기준으로 포스코의 최대 고객사다. 자동차 업체는 통상 자동차 강판 수급처를 다변화한다. 현대·기아차도 그동안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 등에서 자동차 강판을 들여왔다. 
 
▲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은 포스코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으로 수직계열화가 완성된 만큼 포스코는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던 자동차 강판 물량의 일부를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양상이 달라지게됐다.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일관 공정을 갖췄다. 따라서 포스코의 비중을 줄이고 현대제철의 비중을 높일 수 있게됐다.

이미 현대하이스코가 취급하는 열연강판 중 현대제철 제품의 비중은 지난 2009년 29%에서 지난해 73%로 급증했다. 또 같은 기간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에서 자동차용 강판 비중은 62%에서 75%로 늘어났다.

현재 포스코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은 연간 100만톤 규모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년도를 기준으로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 강판 생산능력이 현대·기아차 자동차 강판 수요의 77%를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지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은 이번 합병으로 냉연 판재류 하공정을 보유하게돼 종합 일관제철소로서 기업가치가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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