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흡수합병한다. 양사의 합병은 오랜 기간 업계에서 회자되던 시나리오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시장에서 포스코(매출 29조)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현대제철은 8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현대제철이 신주를 발행해 현대하이스코 주식 1주당 현대제철 주식 0.8577주를 현대하이스코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제철은 오는 5월28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오는 7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은 자산규모 31조원, 매출 20조원 규모의 거대 철강사로 재탄생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기점으로 그동안 포스코 독주 체제의 국내 철강 시장에 새로운 경쟁구도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은 수년 전부터 업계에서 회자되던 시나리오였다. 현대제철은 고로를 통해 쇳물을,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차그룹의 핵심인 자동차에 들어가는 자동차 강판을 제조하는 만큼 분리보다 합병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 오랫동안 회자됐던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설이 현실화 됐다. 현대제철은 8일 이사회를 통해 작년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흡수합병에 이어 이번에는 현대하이스코의 나머지 부문까지 흡수 합병키로 결정했다. |
하지만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 시나리오는 늘 회자만 됐을 뿐 실행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합병하면서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합병설'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핵심 사업인 냉연부문을 떼어 낸 현대하이스코에게 남은 것은 강관과 해외 스틸서비스센터(SSC) 정도였다. 따라서 현대제철이 이 부문까지 가져오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약 한달여 전부터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합병을 검토한다는 설이 나돌기도했다.
현대제철은 당초 작년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당시 현대하이스코 전체를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에서 신중론이 제기되며 일단 핵심인 냉연부문을 합병한 이후 시간을 두고 나머지 부문도 합병하는 '2단계 전략'을 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대제철 고위 관계자는 "현대하이스코 합병 구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히 준비해왔던 일"이라며 "다만, 시기와 합병 형태를 두고 고민을 했었고 작년 냉연부문이 합병 후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나머지 부분도 합병해 더욱 시너지를 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 현대하이스코 SSC 모습.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흡수합병으로 현대하이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SSC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현대제철은 이번 흡수 합병으로 현대하이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SSC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해외 SSC는 현대하이스코가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기지에 동반 진출해 자동차 강판을 가공해 공급하던 곳이다.
따라서 현대제철은 해외 자동차 강판 수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자동차 강판의 기술 및 품질 관리 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합병을 통해 해외 영업망도 늘어나게 되면서 통합 마케팅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강관 부문과 자동차 경량화 사업도 본격적으로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 합병 후 해외 SSC는 자동차에서 벗어나 가전, 에너지, 기계 등 현지 수요처를 다변화하는데 활용될 것"이라며 "최근 동부특수강, SPP율촌에너지 인수 추진으로 제품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어 경쟁력은 충분히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강태현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양사 합병으로 현대제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 5% 늘어날 것"이라면서 "합병에 따른 수익성 증가와 하반기 봉형강 실적 개선 등은 현대제철의 중장기 실적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