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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동부특수강 인수로 '화룡점정'

  • 2014.10.24(금) 11:16

세아 제치고 동부특수강 인수..車 수직계열화
포스코 대항마로..특수강 시장 강자로 부상

마침내 꿈을 이뤘다. 쇳물에서 시작해 자동차로 이어지는 자동차 토탈 기업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꿈이다. 정 회장은 이 꿈을 이루고 싶어했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대제철 고로 사업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 합병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화룡점정이었던 동부특수강도 손에 넣었다. 이제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토탈 기업의 꿈을 이루게 됐다. 더불어 현대제철은 포스코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국내 철강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됐다.
 
◇ 자동차 토탈 기업 꿈 이뤘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손에 넣었다. 경쟁자였던 세아그룹을 뿌리쳤다. 일정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었다. 인수전 초반부터 자금력에서 앞선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이번 인수전에서 현대제철은 2500억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에 비해 높은 가격을 써내며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세아는 그동안 포스코특수강 인수에 집중했었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 진입을 선언하자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현대제철-동부특수강-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현대제철을 통해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고 있다.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덕이다.
 
▲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쇳물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됐다.

여기에 자동차용 볼트와 너트를 만들 수 있는 특수강 부문까지 아우를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소재, 부품 등을 모두 자체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은 자동차 업체에게 큰 장점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당진 제철소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소재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2016년 양산이 목표다. 여기서 생산된 소재를 가공업체(동부특수강)로 보낸다. 가공업체는 이를 선재와 봉강으로 가공해 볼트. 너트 업체로 보내는 구조다. 이는 다시 현대·기아차로 들어간다.
 
현대제철에겐 가공업체가 중요하다. 생산된 소재를 받아서 가공해 넘겨줄 '브릿지'역할을 할 곳이 절실했다. 포스코와 세아가 장악하고 있는 특수강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첨병이 필요했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에 집중한 이유다.
 
◇ 포스코·세아, 흔들리는 입지
 
국내 특수강 시장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뉜다. 자동차용과 비자동차용이다. 자동차용 특수강은 세아, 비자동차용은 포스코특수강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세아의 뿌리는 기아특수강, 포스코특수강은 삼미특수강이다.
 
세아특수강의 시장 점유율은 약 40%에 달한다. 포스코특수강의 스테인리스 선재 및 봉강 부문 시장점유율은 55~60%다. 현재 세아는 포스코와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위한 MOU를 맺어둔 상태다.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는 포스코와 세아에게는 악재다. 자신들이 구축해둔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세아의 경우 자동차용 특수강에 강점을 보였던 만큼 현대제철의 진입으로 현대·기아차로의 납품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인수로 국내 특수강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그동안 특수강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세아그룹과 포스코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게다가 세아는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추진중이다. 비자동차용 특수강 부문으로의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세아가 포스코특수강 인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용 특수강 시장에서의 탄탄한 입지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이제 그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특수강이 생산하던 특수강 소재의 매출처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선재 시장은 포스코의 독점 구조다. 포스코가 생산한 선재는 세아와 동부특수강이 사용해왔다. 동부특수강 물량은 이제 현대제철이 가져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는 국내 철강시장 판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현대제철이 자동차를 등에 업고 국내 철강 시장의 전 분야에서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새로운 구도가 열리다
 
현대제철은 이번 철강 시장에서 동부특수강 인수로 두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우선 세아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용 특수강 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기회를 잡았다. 당초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반드시 특수강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하지만 만일 동부특수강 인수가 불발됐다면 현대제철로서는 상당 기간 특수강 시장 진입을 기다려야 했다. 일단 2차 가공설비를 당진 제철소에 만들어야 한다. 이 설비에서 제품이 출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설사 제품이 출시돼도 세아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하기는 벅차다.
 
하지만 동부특수강 인수로 이런 어려움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라는 든든한 매출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재 20% 가량에 불과한 동부특수강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 국내 철강시장의 절대 강자인 포스코에게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현대제철이 시장을 잠식해감에 따라 국내 철강 시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간의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세아가 두려워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의 힘에 밀려 빠른 속도로 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세아는 주력을 자동차용 특수강에서 비자동차용으로 옮겨가야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포스코와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철강 시장의 A부터 Z까지 장악하고 있는 포스코의 유일한 대항마로 나설 수 있다. 포스코와의 경쟁구도를 통해 현대제철의 시장 내 위상을 더욱 제고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다.
 
한 철강업체 고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땅짚고 헤엄치던 포스코와 세아에겐 큰 위협"이라며 "생각보다 빨리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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