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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평판]①살인적인 근무시간에 질렸다

  • 2014.04.15(화) 16:35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를 통해 본 한국기업의 모습

국내 대기업 CEO들은 글로벌 인재를 찾기 위해 수시로 비행기를 탄다. 글로벌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인재 확보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을 대하는 해외 인재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기업 문화가 다른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해외 인재들에게 비친 국내 기업의 민낯을, 미국 취업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를 통해 들여다봤다.[편집자]

 
“당신은 노예 취급받을 것이다.”

인도 삼성전자 법인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한 외국인이 미국의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에 올린 삼성전자 평가다. 
 
외국인이 바라본 삼성전자는 근무시간이 과도하고, 사내 분위기는 경직된 곳이었다. 물론 고액 연봉이라는 '당근'이 따르지만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지는 않았다. 이는 다른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 페이스북 1위 vs 삼성전자 꼴찌
 
글래스도어는 작년 말 세계 100대 기업에 대한 평점을 발표했다. 조사는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링크드인’이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구직자가 선호하는 기업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전·현직 직원들의 평가인 셈이다.
 
조사 기간은 2012년 10월부터 1년간이고, 5점 만점에 1.0(매우 불만족), 3.0(괜찮다), 5.0(매우 만족) 등으로 점수를 매겼다. 단 리뷰가 10개 미만인 기업은 순위를 내지 않았다.

   

2013년 링크드인의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중
글래스도어 점수 상위 TOP10 기업

회사명

본사

링크드인 순위

글래스도어 점수

페이스북 (Facebook)

미국

6

4.6

트위터 (Twitter)

미국

23

4.6

베인앤컴퍼니 (Bain & Company)

미국

32

4.5

구글 (Google)

미국

1

4.3

맥킨지앤컴퍼니
(Mckinsey & Company)


미국

10

4.2

보스턴 컨설팅 그룹 (BCG)

미국

21

4.2

레드불 (Red Bull)

오스트리아

76

4.1

에스에이비밀러 (SABMiller)

영국

92

4.0

셰브런 (Chevron)

미국

19

4.0

P&G

미국

4

4.0

 

▲구글, 애플, 트위터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은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사 결과,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페이스북(4.6)이었다. 그 뒤를 구글(4.3), 애플(3.8), 마이크로소프트(3.7) 등이 이었다. 연봉이 높고 복지가 잘 갖춰진 IT 기업들이 대체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100대 기업 평균 점수는 3.6이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점수는 2.7. 리뷰 수가 10개 미만인 7개 기업을 제외하면 92위다. 사실상 꼴찌로, 100대 기업 중에 유일하게 평점이 3.0을 밑돌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빠졌지만, 다른 국내 기업들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글래스도어에 리뷰가 올라와 있는 국내 39개 대기업의 평균 점수는 3.2에 머물렀다. 이는 전 세계 30만개 기업 평균 평점(3.2)과 같은 수준이다. 일하기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회사'인 셈이다. 
 
◇ "살인적 근무" vs "일에 대한 열정"
 
외국인 직원들이 말하는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단점은 ‘살인적’인 근무시간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회사 분위기와 일방적인 소통방식 역시 이들을 짓누르는 돌덩이다.
 
삼성전자에 근무한 외국인 직원은 “삶과 일의 균형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 한 주에 60~80시간을 일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료와의 경쟁에서 뒤쳐진다”고 하소연했다. “관리자들이 직원들의 의견과 제안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한진해운)거나, “필요하지 않은 업무조차 상사가 시키면 해야 한다”(현대모비스)고 불만을 쏟아놨다.
 
물론 한국 기업이 지닌 장점도 있다. 다른 아시아 기업에 비해 보수가 높고, 일 처리 속도가 빠른 점 등이다. 

“회사에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다.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현대차), “회사에서 일을 해 보니 한국 엔지니어들의 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삼성전자), “실력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 사원 복지와 급여가 좋다”(LG) 등 연봉, 복지 등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 글래스도어에 오른 국내 40개 대기업 평점

 
 




글래스도어란?
 
‘글래스도어’(www.glassdoor.com)는 기업에 대한 리뷰와 평점을 확인할 수 있는 미국의 취업정보 사이트다. 현직이나 전직 직원들이 솔직한 리뷰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사이트는 현재 190개국에 걸쳐 23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30만개 기업에 대한 550만 개의 리뷰가 등록돼 있다.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계정으로 사이트에 가입하면 리뷰는 올릴 수 있다. 스콧 도브로스키 글래스도어 대변인은 “개인 이메일, 페이스북 등 본인이 사용 가능한 계정으로 로그인해 리뷰를 올릴 수 있다. 모든 리뷰는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며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리뷰는 회사 장점, 단점, 간부에게 충고할 점, 친구에게 추천할지 여부, 회사 발전 전망 등  5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회사 장단점과 충고하고 싶은 내용은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다. 친구에게 회사를 추천할지 여부는 ‘예’‘아니오’로 대답하게 돼 있다. ‘예’로 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로 환산되어 리뷰 페이지 첫 화면에 뜬다.

평점란은 기업문화와 가치, 일과 삶의 균형, 상사(관리자), 보상과 복지, 경력 기회 등 5가지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경력 기회란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기회를 의미한다.


리뷰어가 각 부문에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면 누적 평점과 합산돼 해당 기업 페이지 첫 화면에 노출된다. 1.0은 ‘매우 불만족’ 3.0은 ‘괜찮다’ 5.0은 ‘매우 만족’을 의미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리뷰어가 점수를 올리면 각 회사의 글래스도어 홈페이지가 업데이트된다”고 말했다.
 
CEO에 대한 지지 여부도 볼 수 있다. 리뷰어가 CEO의 경영 방식, 인성 등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찬성’여부를 올리면 %로 환산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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