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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전이 정유업체에 주는 엇갈린 시그널

  • 2014.06.18(수) 16:46

GS칼텍스, 사우디에서 물량 확보
유가 상승 수혜? 좀 더 지켜봐야

국내 정유업체들이 이라크 내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와 이라크 정부군 사이의 내전이 시작됐다. 이슬람 교도의 대부분인 수니파가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수니파 이슬람 국가를 세우기 위함이다. 이라크는 시아파가 다수 종파인 국가여서 내전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세력 다툼으로 볼 수 있다.

 

현재 ISIL은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했고, 수도인 바그다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이라크 내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채널을 가동한 상태다.

 

◇ 정유업체, 이라크 내전 상황 ‘주시’

 

이라크는 국내 정유업체들이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국 중 하나다. 18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이라크에서 들여온 원유는 전체의 9.83%(101억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31.99%), 쿠웨이트(14.53%), 카타르(10.96%)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 2012년 국가별 원유수입 비중(자료: 대한석유협회)

 

특히 GS칼텍스는 전체 수입 원유 가운데 20~25%가 이라크 원유로 정유업체 중 가장 많다. 현대오일뱅크는 7~8% 수준이며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이라크에서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이라크 내전에 따른 피해는 없다. 국내 정유업체가 원유를 수입하는 지역인 바스라 항구는 걸프만에 있어 ISIL의 위협에서 벗어난 지역이다. 이라크 원유 매장량의 3분의 2도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는 남부지역에 위치해 공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라크 내전으로 문제가 되는 곳은 북쪽이어서 현재 원유 수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재고 물량 등 아직까지 여유분이 남아있지만 만약을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유 공급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가능성은 낮지만 이라크 내전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ISIL이 남부지역으로 내려와 주요 정유공장을 장악하면 수출길이 막혀 우리나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체 관계자는 “내전이 진정국면에 들어서 직접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라크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가 상승은 호재?

 

이라크 내전이 시작된 후 국제유가는 잠시 요동친 뒤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선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라크 내전 이전보다 4.38달러 오른 배럴 당 106.89달러로 고점을 찍었다. 하루 뒤인 17일에는 0.57달러 하락한 106.32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상승세를 멈췄다. 이 기간 두바이유도 4.99달러 상승한 배럴 당 109.51달러까지 오른 뒤 108.76달러로 내려왔다.

 

▲ 이라크 내전 후 국제유가추이

 

일반적으로 원유 가격의 상승은 정유업체에 호재다. 이미 구매한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는 데 한 달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원유 재고의 평가 이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과 정제마진이 정유사 영업이익에 포함된다. 때문에 정제마진 손실을 유가 상승분으로 벌충할 수 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의 정제마진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고, 기간도 짧아 내전 상황과 함께 가격 변화를 좀 더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 내전이 추가적으로 유가를 상승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CE)가 최근 회의에서 하루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유지하는데 합의해 이라크 외 지역에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형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OPCE의 영향력이 확대된 가운데 사우디의 증산여력이 충분하다”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유가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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