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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값싼 ‘벙커C유’로 정제마진 짜낸다

  • 2014.08.12(화) 18:13

벙커C유 생산 줄이고 수입 크게 늘려

원유 정제마진 악화로 정유사업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국내 정유사들이 벙커C유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원유보다 가격이 싼 벙커C유로 원가를 낮춰 조금이라도 마진을 늘리기 위해서다.

 

1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벙커C유 수입물량은 2772만5000배럴로 전년 동기대비 29.6% 증가했다. 벙커C유 수입물량은 2011년 1539만2000배럴 수준이었지만 2012년엔 2726만4000배럴, 작년에는 4428만1000배럴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이 원유 정제시설 가동률을 낮추면서 벙커C유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유 정제시 생산되는 석유제품 중 40~50%는 벙커C유다. 국내서 생산되는 벙커C유는 2011년 1억2121만7000배럴에서 2012년 9960만2000배럴로 줄었다. 작년에는 7674만2000배럴, 올 상반기에는 2832만3000배럴을 생산해 수입량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 자료: 한국석유공사

 

그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 과정에서 생산된 벙커C유로 경질유(휘발유·경유 등)를 정제하기 위해 고도화설비를 구축했다. 벙커C유가 원유보다 가격이 낮아 이를 판매하는 대신 고도화시설을 갖춰 정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GS칼텍스는 고도화설비를 통해 하루 정제 물량의 34.6%인 26만8000배럴을 정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19만2000배럴(17.2%), 에쓰오일 14만8000배럴(22.1%), 현대오일뱅크는 13만4000배럴(33.4%)을 각각 정제한다.

 

정유사들이 벙커C유 수입량을 늘리는 대신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정유사업 부문에서의 적자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정유사업 부문에서 각각 1534억원, 214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날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 당 103달러, 벙커C유는 92달러다. 벙커C유를 정제하면 생산원가를 낮춰 마진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고도화시설을 갖추는데 들어간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원유보다 벙커C유를 정제하는 것이 마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벙커C유는 원유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원유를 수입하는 것보다 벙커C유를 수입해 정제하면 마진이 더 많다”며 “정유사들이 벙커C유를 정제할 수 있는 충분한 고도화시설을 갖추고 있어 수입량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정유사들의 마진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정제마진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벙커C유가 근본 해결책은 아니지만 마진 개선에 다소나마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벙커C유(Bunker-C Oil)
벙커C유는 우리가 흔히 중유(重油)라고 부르는 무겁고 끈적끈적한 석유제품이다. ‘벙커유’라는 이름은 선박이나 항구에서 연료용 석유제품을 저장하는 용기를 ‘벙커’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됐다. 벙커C유는 증류잔사유(Residual Oils)다. 화학적인 정제를 하지 않아 석유제품 중 품질이 낮다. 그러나 벙커C유를 다시 가공하면 윤활유, 아스팔트, 석유코크스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석유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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