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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Shift]③본업 강화는 '공염불'

  • 2014.09.11(목) 10:07

'흑자' 포스코특수강 매각..'적자' 엠텍·플랜텍은 잔류
업계 "재무구조 개선에만 급급..긴 안목 필요" 지적

권오준 회장 체제 이후 포스코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잇따라 비핵심 자산과 계열사를 매물로 내놨다. 포스코는 두 가지 원칙하에서 움직인다. 철강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많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최근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쟁력 강화보다는 발등의 불인 재무구조 개선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 '흑자 기업' 왜 내놨나
 
포스코는 최근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키로 했다. 상대는 국내 특수강 시장에서 경쟁자였던 세아그룹이다. 포스코특수강은 스테인리스 봉강, 선재를 생산·판매하는 회사다. 세아그룹은 자동차 부문의 특수강에 강점이 있다.
 
비자동차 부문은 포스코특수강이, 자동차 관련 부문은 세아그룹이 양분하는 형태였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세아그룹은 국내 특수강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포스코는 매각 대금 유입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특수강 시장 활성화를 위한 포스코의 결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포스코특수강 매각은 권오준 회장이 천명한 철강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줄곧 포스코의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특수강은 포스코 계열사중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는 계열사다. 철강업 본연에서도 떨어져있지 않다. 포스코가 매물로 내놓은 계열사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포스코특수강의 실적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포스코특수강은 작년 2분기 영업이익 178억원을 기점으로 4분기까지 실적이 악화됐다. 하지만 올해들어 다시 반전하고 있다. 국내 특수강 시장에서의 지위도 상당한 만큼 매각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포스코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포스코엠텍과 포스코플랜텍에 대해서는 자체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으로 가닥을 잡았다. 포스코엠텍은 비철금속 소재, 포스코플랜텍은 철강설비 업체다. 포스코특수강에 비해 철강업 본연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권오준 회장은 철강업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수익을 내는 포스코특수강의 매각을 결정했다. 대신 포스코엠텍은 도시광산 사업부 매각을, 포스코플랜텍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구조조정의 틀은 같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왜일까.
 
◇ 오직 '재무구조 개선'뿐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포스코특수강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당초 추진했던 포스코특수강 IPO(기업공개)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은 지난 2012년 상장을 추진했다. 알짜 회사였던 만큼 포스코는 자금 유입을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상장공모 과정에서 기관 수요예측 가격이 공모 희망가격에 크게 못미쳤다. 포스코는 결국 포스코특수강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대신 작년 8월 미래에셋 PE와 IMM PE를 대상으로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총 2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때 조건이 있었다. 5년 내 상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스코특수강의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5월 열린 '투자자 포럼' 당시 포스코특수강의 상장을 거론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만에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과거와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권 회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포스코는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권 회장은 지난 5월 '투자자 포럼'에서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과 함께 포스코특수강의 상장을 거론했었다. 하지만 불과 3개월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로서는 현재 철강업 경쟁력 강화보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며 "현대제철이 내년 특수강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자칫 특수강 부문의 수익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해 미리 선수를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숫자에만 매몰..길게 봐야"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권오준 회장 체제 이후 지나치게 '숫자'에 매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철강업체 고위 관계자는 "권 회장으로서는 대외적으로 본인이 회장에 취임한 이후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가장 쉬운 방법이 실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권 회장과 포스코가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철강 경쟁력 강화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압박은 일선 유통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사업부문별 포스코 주요 계열사(그래픽=김용민 기자)
 
포스코를 거래처로 둔 한 중소 철강업체 대표는 "과거부터 포스코가 유통 가격에 대한 압박을 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강하게 조이는 경우는 없었다"며 "내부적으로 실적 향상에 대한 압박이 심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업계는 포스코의 이런 행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포스코가 철강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는 공언에 기대감을 보였다. 과거 포스코답지 않았던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에 안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포스코의 구조조정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정작 처분해야 할 것은 그동안 덩치만 불렸던 비철강 계열사들"이라며 "좀 더 길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포스코를 통해 국내 철강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포스코 효과'를 염두에 둔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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