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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Shift]①'Buy'에서 'Sell'로

  • 2014.09.04(목) 17:11

비핵심 계열사·자산 매각 '본격화'
철강 경쟁력 강화·재무구조 개선 '투트렉'

포스코의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5년여의 시간동안 보여줬던 포스코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권오준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생긴 변화다.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에 집중하고 재무구조를 혁신하겠다는 권 회장의 의지가 현실화되고 있다.

포스코에게 정준양 전 회장 체제하의 5년은 '잃어버린 세월'이다. 물론 '공(功)'도 있지만 '과(過)'가 더 많았다는 분석이다. 권 회장은 현재 그 '과(過)'들을 정리하고 있다.
 
◇ 잃어버린 5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브라운 필드' 공략을 선언했다. 인프라가 전혀 없는 '그린 필드'가 아닌 인프라가 갖춰진 '브라운 필드'를 새 먹거리로 지목한 것이다. 
 
'브라운 필드'는 이미 설립된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초기 설립비용이 들지 않아 저렴하게 인력과 생산라인 등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 전 회장이 재임 기간동안 수많은 기업의 M&A에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한 기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힘들어진다. 지난 5년간의 포스코가 단적인 예다. 
 
정 전 회장은 취임 이후 M&A를 통해 포스코의 덩치를 키웠다. 포스코는 당시 국내 M&A 시장의 큰 손이었다. 각종 딜에 거의 매번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쌓아왔던 든든한 실탄과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정 전 회장의 지휘 아래 포스코는 본업인 철강 부문 뿐만 아니라 비철강 부문도 잇따라 M&A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23개였던 포스코 계열사 수는 지난 2012년 71개까지 늘어났다.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 세계 철강 업체 중 가장 튼튼하다던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 민감업종인 철강업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당초 정 전 회장의 구상은 탄탄한 철강업을 기반으로 비철강업을 키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업황 침체 장기화로 철강업이 흔들리면서 나머지도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반이 흔들렸던 것이다.
 
포스코는 매 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던 곳이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의 무분별한 M&A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했다. 지난 2008년 연결기준 7조1739억원이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 2조9961억원까지 떨어졌다.
 
◇ 신호탄 쐈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포스코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곳간 열쇠를 쥐고 보니 곳간의 규모만 컸을뿐 그 안에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또 업황 부진 장기화로 약해질대로 약해진 포스코의 본업과 자존심을 살리는 것이 시급했다.
 
권 회장이 빼든 카드는 두 가지다. 철강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비핵심 자산 매각이다. 철강 경쟁력 강화는 물론 매각 대금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꾀할 수 있다.
 
▲ 포스코는 최근 계열사 및 비핵심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경기 부진 장기화와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지금 내실을 다져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권오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이런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권 회장은 지난 5월 '투자자 포럼(Investor Forum)'에 참석, 자신이 그리고 있는 포스코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권 회장의 생각은 최근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최근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경남 창원 대우백화점과 부산 쇼핑몰 센트럴스퀘어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또 포스코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의 다이아몬드플라자도 롯데그룹에 매각할 예정이다. 보유중인 SK텔레콤 잔여 지분도 조만간 전량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위해 세아그룹과 MOU를 맺었다.
 
여기에 광양LNG터미널,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등 계열사 3곳도 매각을 진행중이다. '권오준式 구조조정'이 시작된 셈이다.
 
◇ 내실 채운다
 
권 회장의 구조조정 타깃은 오로지 하나다. 비워진 곳간을 채움과 동시에 곳간의 규모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구조조정은 타이밍을 놓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권 회장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철강 업황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경쟁업체들의 성장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그동안 누려왔던 포스코의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 권 회장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기업공개(IPO)와 자산매각, 장기 투자자 유치, 투자비 감축 등을 통해 오는 2016년 현재 4.8배인 Debt/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3배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A수준이다.
 
 
또 작년 기준 4.8%인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을 오는 2016년에는 6.4%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매출액은 62조원에서 78조원, 영업이익은 3조원에서 5조원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다만, 투자비는 향후 3년간 직전 3년 대비 절반 수준인 12조6000억원으로 감축한다. 지금은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권 회장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전통적으로 M&A보다는 내실에 집중하던 곳"이라며 "권 회장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과거의 '강한 포스코'를 되찾아야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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