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이라는 가격에 낙찰받자 재계는 놀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초 예상됐던 낙찰가격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충격을 받았다. 하루새 8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낙찰과 관련한 반응과 기록들을 모아본다.
○...현대차와의 인수경쟁에서 패배한 삼성은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현대차그룹의 입찰가격이 워낙 높았던 탓에 '졌지만 진 것이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단독입찰에 나선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한전부지를 낙찰받을 경우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은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정한 가격범위내에서 입찰한 결과인 만큼 별다른 언급을 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의 입찰가격에 대해 대부분 놀라는 분위기를 보였다. 감정가의 3배를 넘겼고, 공시지가보다는 7배 많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재계나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이 약 5조원 안팎의 가격을 써내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비해 삼성동 부지에 대한 절실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에서 적절한 수준의 베팅을 하지 않았겠냐는 반응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입찰한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삼성동 부지를 꼭 가져오겠다는 입장을 이해하지만 좀 무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삼성을 너무 의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인수는 성공했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다를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은 결과다. 현대차는 전날보다 9.17% 하락하며 19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 20만원선이 무너졌다. 기아차는 7.80%, 현대모비스는 7.89% 급락했다.
이들 3사의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8조4000억원 넘게 줄었다. 현대차가 4조4055억원, 기아차와 모비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8647억원과 2조1416억원 급감했다. 자동차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고, 이들 그룹주를 편입한 펀드들의 수익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반면 한국전력은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전날보다 5.82% 상승, 현대차 3사와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됐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본사 부지 인수 대금으로 써낸 10조5500억원을 다른 기준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기록들이 나온다. 우선 이 돈은 현대차의 대표적인 중형세단 쏘나타 35만대를 판매해야 하는 금액이다. LF쏘나타 최고급형을 기준으로 35만2843대를 판매해야 한다.
이 금액은 현대차그룹 임직원 전체의 약 2년치 총급여와 맞먹는다. 작년 기준 현대차그룹 임직원 수는 6만3099명이다. 평균 연봉은 9400만원이다. 따라서 그룹 전체 임직원들이 2년간 급여를 한푼도 안쓰고 모으면 한전 부지 대금을 낼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연봉을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 정 회장의 작년 연봉은 56억원이다. 10조5500억원은 정몽구 회장이 작년 연봉 기준으로 꼬박 총 1884년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또 이 금액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1623채를 구입할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마크힐스다. 전용면적 193㎡의 가격이 65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낙찰가액이면 한전 부지를 놓고 경쟁했던 삼성전자의 승계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3.38%와 우선주 0.05%를 이재용 부회장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총 3조7193억원이 발생한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낙찰가액은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자신의 지분을 증여할 때 납부해야 할 증여세를 두번 내고도 남는 금액이다.
○...현대차 컨소시엄의 한국전력 부지 베팅은 세금 측면에서도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우선 신규 부동산 취득에 따른 취득세 4%와 지방교육세(0.4%), 국세인 농어촌특별세(0.2%)를 내야 한다. 매입 토지 중 40%를 기부채납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뺀 부분에 세율을 적용하면 취득세 등은 2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보유 후에는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매년 재산세를 내야 한다. 작년까지는 40억원 정도 였지만 토지의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공시가격도 오르는 만큼 재산세 역시 2~3배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취득세와 재산세는 지방세여서 모두 서울시 몫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