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오 모씨(34·남)는 지난 8월 연차휴가 5일을 포함해 9일간의 꿀맛 같은 여름휴가를 보냈다. 오 씨에게 주어진 연차는 총 15일이지만 여름휴가 때를 제외하고는 사용하는 게 여의치 않다.
일이 많기도 하거니와 상사들 눈치가 보여서다. 그렇다고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돈으로 보상해 주는 것도 아니다. 최대 3일치만 현금으로 주기 때문에 나머지 연차는 공중에 날리는 셈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전 세계 24개국 가운데 유급휴가를 가장 못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 익스피디아는 한국 직장인의 연간 평균 유급휴가일수와 사용 비율 모두 전 세계에서 가장 적었다고 7일 밝혔다.
익스피디아가 미국·인도·이탈리아·프랑스·일본 등 전세계 주요 24개국 직장인 7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다.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평균 유급휴가 사용일수는 8.6일에 그쳤다. 이어 말레이시아(10.7일) 태국(12.1일) 멕시코(13.6일) 미국(13.8일)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프랑스 직장인들의 평균 유급휴가일은 30.7일로 가장 많았으며 덴마크(28.6일) 독일(27.7일) 스페인(27.4일) 아랍에미리트(26.2일) 등이 뒤를 이었다.
유급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직장인 비율도 우리나라가 61%로 가장 높았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주어진 유급휴가를 제대로 못 쓰는 것이다. 이어 일본(60%) 인도(52%) 오스트리아(51%) 싱가포르(47%) 스웨덴(46%) 말레이시아(44%) 태국(44%) 뉴질랜드(43%) 호주(37%) 순이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업무 일정(41%)이 유급휴가를 다 쓰지 못하게 하는 최대 원인이라고 꼽았다. 또 조사대상의 63%는 업무 때문에 휴가를 미루거나 취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뉴질랜드(32%)의 2배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