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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심 봤다!"

  • 2014.12.17(수) 10:28

자원개발 발판 삼아 '종합사업회사' 변신

세계적인 석유회사 토탈 같은 회사도 허탕을 친 곳이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의 회사가 1970년대부터 천연가스를 찾아 이 곳에 달려들었지만 모두 빈 손으로 돌아갔다. 1997년, 미얀마 정부가 당시 ㈜대우에 내민 제안은 실패의 연속이었던 서부해상 가스전(田) 개발에 참여해 주겠냐는 것이었다.

 

당시 ㈜대우 입장에서도 큰 모험이었다. 석유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해외 가스전 개발은 꿈이었다. ㈜대우 역시 1992년 베트남 해상광구에 도전하면서부터 사업에 발을 들여놨지만 수년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대우그룹 사세가 급격히 기울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험은 실행으로 옮겨졌다. 종전과는 다른 탐사방식이라면 시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1985년 첫 진출한 뒤 미얀마 정부와 쌓아온 10년의 신뢰관계와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한 정보도 '파란불'이었다. 2000년, 대우그룹은 해체 수순에 들어갔지만 ㈜대우는 미얀마로부터 서부해상 탐사권을 획득했다.

 

◇ 연 3000억원 이익 '미얀마 = 엘도라도'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14년 12월, ㈜대우 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해상 A-1광구는 하루 목표 생산량인 약 5억입방피트(ft³) 규모까지 가스 생산 규모를 끌어올렸다. 가스전 개발의 최종 목표 단계인 생산 안정기로 접어든 것이다.

 

작년 6월 하루 7000만입방피트로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 가스전은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려 작년 11월 하루 2억입방피트를 넘어섰다. 최종빈 대우인터내셔널 석유생산본부장은 "앞으로 20여년간 미얀마 가스전을 통해 연간 3000억~4000억원규모의 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운영권자로서 사업지분 51%를 가진 미얀마 해상 쉐(Shwe), 쉐퓨(Shwe Phyu), 미야(Mya) 등 3개 광구의 천연가스 추정매장량은 4조입방피트, 원유로 환산하면 약 7억 배럴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견한 석유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이 가스는 미얀마-중국 국경까지 약 900km에 이르는 해상과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으로 전량 수출된다.  이미 2008년 말 중국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 자회사(CNPC)와 향후 30년 장기 판매계약을 체결해뒀다. 가스 가격이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유가에 연동돼 있기는 해도 예상 수익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게 대우인터내셔널 측 설명이다.

 

◇ 포스코그룹 가치사슬 확대 '첨병'

 

 

지난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당시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이듬해 9월 미얀마 A-3광구 현장을 찾았을 때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미얀마 가스"라고 탄성을 질렀다. 대우인터내셔널에서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갖는 가치를 보여주는 일화다.

 

정 회장은 또 "앞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포스코 패밀리사가 동반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개발은 대우인터내셔널뿐 아니라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삼는 포스코그룹 차원에서도 산업의 전후방 '가치 사슬(Value Chain)'을 확대하는 일인 셈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입장에서 자원개발 사업은 무역에 집중해온 종전 종합상사 형태의 사업구조를 '종합사업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 전체 매출에서 자원개발 사업의 비중은 1%, 1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전이익은 628억원으로 40%에 달했다. 이는 무역부문의 매출이 15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하지만 세전이익은 913억원으로 54%에 그치는 것과 대비된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철강, 소재, 화학제품 등의 트레이딩 분야에서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원개발 분야를 갖고 있는 것은 다른 종합상사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라고 말했다.

 

◇ '석유·가스·광물·식량' 세계 18곳서 자원개발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를 포함해 총 9곳에서 석유·가스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마다가스카르와 호주 등 7곳에서 광물자원 개발사업을,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2곳에서 식량자원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육상 광구에서 셰일가스 개발사업에도 착수했고, 페루 유전과 오만LNG 가스전 등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캐나다의 벨라트릭스사로부터 뱁티스트 지역(캘거리 북서쪽 약 200Km 위치)내 광구 지분 일부를 인수해 비전통자원인 '타이트오일·가스(셰일가스층에서 나오는 경질유와 가스)' 개발에도 나섰다.

 

또 국내 민간회사로는 최초로 2011년 9월 정부로부터 동해 대륙붕 6-1S 해저광구에 대한 탐사권을 획득했고, 현재 가스 자원량 확인을 위한 평가정 시추를 진행하고 있다. 또 2016년에는 호주 에너지 전문기업인 우드사이드사와 공동으로 미얀마 심해 AD-7 광구에 대한 탐사정 시추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물자원 개발사업의 대표 주자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4%의 지분을 투자한 이 광산은 작년 7월 생산을 시작해 앞으로 29년 동안 연간 6만톤의 니켈과 5600톤의 코발트를 생산할 예정이다.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은 연간 600만톤의 유연탄을 생산하는데 대우인터내셔널이 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현재까지 회사의 주력사업은 트레이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자원개발 이익이 트레이딩 부문을 앞서게 될 것"이라며 "자원개발 사업의 비중확대를 통해 종합상사에서 종합사업회사로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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