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
"쓸데없는 스펙에 매달리기보다는 적응력과 문제해결능력 등 실무역량을 키워야 한다."(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올해 신입사원 채용 키워드는 '실무역량'이다. 일일히 가르쳐야 하는 '초짜' 신입은 요즘같은 불황엔 불청객 신세다. 기업들은 채용 후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를 선호한다.
실제 기업들은 '경력'을 갖춘 신입사원을 선호하는 추세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143개사 대졸신입 채용 합격자 중 이미 다른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24.6%로 집계됐다. 경력직원이지만 신입 채용에 지원해 뽑힌 인원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기업들이 응시자들의 직무관련 자격증을 눈여겨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인 관계자는 "신입직원을 교육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기업에서는 불황기일수록 직무에 투입했을 때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어 점수나 학점 높이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최근 취업시장 트렌드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조언한다. 스펙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변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지원자 대부분이 스펙이 높은 데다 다들 비슷비슷하다"며 "점수가 너무 낮지만 않으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전했다.
SK그룹이 올해 상반기 공채부터 입사지원서에 인물 사진은 물론 외국어 성적, 수상경력, 외국연수 경험 등의 입력항목을 없애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학점과 토익 등 기본 스펙에 자격증과 실무역량까지 갖춘 '수퍼 취업준비생(취준생)'에게는 취업 문이 활짝 열려있을까. 아쉽게도 얼어붙은 신입채용 시장은 올해도 좀처럼 풀리지 않을 모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64.7%)은 아직까지도 올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 신입직원을 한 명도 안뽑겠다고 밝힌 기업도 4.8%로 조사됐다. 또 채용 예정인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 가량(30.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신입직원 채용 전망이 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춘우 서울시립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내수가 위축된 데다 기업들이 시장 개척에도 소극적이어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앞으로도 취업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취직될까요?'..사주(四柱)카페 북적 | ||
'취업 한파'의 영향일까. 최근 대학가에 자리잡은 철학원과 사주카페는 취업운을 묻는 취업준비생들로 북적댄다. 취업난을 피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눈높이를 낮춰 취직할지 여부가 이들의 주된 고민거리다.
신촌 대학가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시험을 준비하다가 안되니까 스펙을 낮춰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괜찮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문과에서 취업이 잘 되는 이과로 전공을 아예 바꾸는 것을 고민하는 취준생들도 있다. 그는 "요즘 교육학, 외국어,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공대로 가고 싶다거나 의사, 약사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묻는 경우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홍대 근처에서 사주카페를 운영하는 B원장은 "사주는 개인적인 기운에 앞서 국가적인 기운이 우선한다"며 "이런 '큰 운'의 흐름에서 볼 때 최근 경제 사정이 안좋다 보니 청년들의 취업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신촌 대학가의 한 역술인은 "태어날 때부터 사주팔자가 정해져 있지만, 이건 전체 인생에 30% 정도만 영향을 미친다"라며 "노력을 해야지 무턱대고 취업운만 믿어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