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과 관련,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과 수의계약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재입찰을 한다고 해도 호반건설이 써낸 가격 이상을 제시할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가장 강력한 인수 의지를 가진 박 회장과의 협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상태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30일 채권금융기관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내달 초 전체회의를 소집,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 안건을 정식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28일 금호산업 본입찰 결과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의 인수가격을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채권단 운영위는 금호산업 매각안이 유찰된 만큼 재입찰을 진행하거나 박삼구 회장과의 직접 협상을 진행하는 안에 대해 검토했고, 결국 박 회장과 협상에 나서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재입찰을 실시한다고 해도 매각가격이 높아진다는 확신이 없는 만큼 인수 의지를 가진 박 회장과의 협상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체 회의에서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박 회장과의 직접협상 카드를 꺼내면 결국 남은 문제는 '가격'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 이상으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인 반면 박 회장은 최대한 낮은 가격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어느 수준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금호산업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만큼 상당수준의 프리미엄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한때 금호산업 매각가격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호반건설이 일종의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또 채권단이 내놓은 57% 가량의 지분 전부를 당장 인수할 필요도 없다. 이미 박 회장 일가가 10%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세부적인 협상과정에서 결정되겠지만 과거보다 자금에 대한 부담이 상당부분 줄어든 셈이다.
특히 NH농협금융이 사실상 박 회장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자금동원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당히 줄었다. NH농협금융 계열인 NH투자증권이 투자확약서 형태로 금호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금융은 금호고속 인수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농협은행이 인수금융을 주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