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엔저 쓰나미]③도요타엔 '날개' 현대차엔 '족쇄'

  • 2015.06.05(금) 08:38

도요타 등 일본업체 판매·실적 등 '쑥쑥'
현대차, 글로벌 시장서 '위축'..투자여력도 줄어

엔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그 충격이 국내경제와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수출전선은 물론이고 중국 관광객 감소 등 내수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엔저 쓰나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환율시장 전망과 국내 제조업 상황, 대응방안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한 판매확대가 호실적을 낳고 이것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지고 있다. 모든 것이 엔저 덕분이다.

반면 현대차를 위시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울상이다. 그동안은 엔고에 힘입어 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 상황이 됐다. 내수는 물론 해외에서도 가격 등에 밀리며 판매가 줄었다. 그러다보니 실적도 급감했다. 투자 여력도 줄고있다.

◇ '엔저 공습' 미국이어 유럽까지

현대차의 판매 부진은 이제 심각한 수준에 다달았다. 특히 그동안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힘이 됐던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10.3% 감소한 6만3610대를 판매했다. 올해들어 최저치다. 전년대비로도 6.47% 줄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SAAR(계절조정 연환산판매) 기준 1780만대를 기록해 지난 2005년 7월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수요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 현대차는 그 수요를 판매로 이어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늘어난 수요는 미국 메이커들이 차지했다. GM은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3.0% 증가한 29만3097대를 판매했다. 크라이슬러도 4.1% 증가한 20만3745대를 기록했다. 일본업체들도 선전했다. 도요타는 전년대비 0.3% 감소에 그쳤고 닛산도 0.8% 줄었다. 혼다는 1.3% 증가했다. 즉 미국 업체들은 '약진'하고 일본 업체들은 '현상 유지'에 성공했지만 현대차는 '후퇴'한 셈이다.

현대차의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경쟁 차급이 가장 많이 겹치는 일본 업체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세단 위주의 라인업으로 승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형과 중형이 대부분이다. 소형과 중형 차급은 일본 업체들이 강점이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엔저에 힘입은 일본 업체들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판매 뿐만 아니라 점유율에서도 일본업체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지난 1분기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7.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도요타는 14.6%, 닛산은 9.3%를 기록했다. 특히 닛산의 경우 엔저에 따른 효과로 지난 2013년 현대·기아차와 동률(8.0%)을 이루더니 작년부터는 현대·기아차를 추뤌해 지난 1분기에는 그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런 추세는 유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5.9%였다. 지난 2012년부터 계속 하향세다. 하지만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2012년 4.3%에 그쳤던 것이 올해 1분기 4.6%로 올라섰다. 닛산은 3.4%에서 지난 1분기 4.5%로 성장했다.

◇ '엔저' 장착한 도요타에 맥못추는 현대차

판매가 부진하다보니 실적도 좋을 리가 없다. 도요타의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매출액은 전년대비 6% 늘어난 27조2345억엔이었다.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2조7505억엔,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19% 늘어난 2조1730억엔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현대차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2.23% 증가한 89조2563억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2% 감소한 7조5500억원, 당기순익도 전년대비 14.9% 감소한 7조6495억원에 그쳤다.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이었다.

도요타는 3월 결산 법인이고 현대차는 12월 결산 법인이다. 따라서 두 기업의 실적을 같은 기간 범위안에 두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두 기업 실적의 전반적인 추이는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2012년을 기점으로 두 기업의 실적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은 일본의 아베 총리가 취임한 해다.

▲ *도요타는 3월 결산 법인(해당 연도 4월~다음 연도 3월 기준)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8조4406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지난 2013년 8조3155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작년에는 7조5500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도요타는 반대였다. 도요타는 2012회계연도부터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도요타는 지난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영업이익 1조3208억8800만엔을 기록했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이 1조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5년만이다. 이후에도 도요타의 질주는 계속됐다. 2013회계연도 영업이익은 2조2921억엔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내리막길을 걷던 현대차와는 상반된 실적이었다.

도요타가 이처럼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엔저 덕분이다.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 획보는 도요타의 글로벌 판매를 확대하는 원천이 됐다. 반면 현대차에게 엔저는 눈엣가시였다. 해외 시장에서는 현대차보다 가격이 싼 일본차에 소비자들을 빼앗겼다. 국내에서는 수입차의 공세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 도요타 대당 R&D 비용, 현대차의 2.4배

판매와 실적 부진은 결국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산업은 투자가 중요하다.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는 빠른 속도로 변회한다. 여기에 발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들은 쉽게 도태되는 곳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다. 결국 미래에 대한 투자 여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자동차 업체의 성공을 가늠한다. 엔저의 공습에 맥을 못추고 있는 현대차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못한 이유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작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R&D 투입 비용은 자동차 한 대당 각각 463달러와 497달러였다. 이는 폭스바겐의 2600달러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 업체인 GM은 1121달러, 포드는 1013달러였다. 현대·기아차의 두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일본 업체들은 어떨까. 일본 업체들에게 최근의 엔저는 기회다. 판매 확대에 따른 실적 호조로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이 그 어느때 보다도 많다. 실제로 혼다는 작년 자동차 한 대당 1910달러의 R&D 비용을 지출했다. 닛산은 1395달러, 도요타는 1124달러였다. 현대·기아차 대비 약 2.5배에서 4배가량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 자료:골드만삭스.(단위:달러)

현대·기아차는 올해를 친환경차 브랜드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18년까지 총 80조7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매년 20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다. 이 중 R&D에 3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R&D부문의 투자는 대부분 친환경차 개발에 들어간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친환경차여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기아차의 움직임을 보면 이런 투자 계획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수입차에게 내주고 있는 내수 시장은 차치하고라도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해외마저 엔저라는 무기를 장착한 일본 업체들에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신차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이 '모델 노후화'에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엔저를 비롯한 신흥국의 환율 불안 등 대외적인 원인이 많은 만큼 이에 대처할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라인업 확대는 물론, 해외 공장 증설, 마케팅 전략 변화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