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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쓰나미]④탈출구를 찾아라

  • 2015.06.08(월) 10:04

정부, 환율정책 한계 봉착
신사업·신시장 개척 필요

엔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그 충격이 국내경제와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수출전선은 물론이고 중국 관광객 감소 등 내수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엔저 쓰나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환율시장 전망과 국내 제조업 상황, 대응방안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엔저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 외환시장 구조상 엔화 약세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환율정책 역시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이 신제품 등을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이거나 경쟁강도가 약한 신사업에 진출해야 하지만 이 역시 단기간에 이뤄지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한계 봉착한 환율정책

 

원엔 환율 하락은 원달러 환율의 문제가 아니라 엔달러 환율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의 환율정책이 원화 강세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적정한 환율 수준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마련한 선물환 포지션 제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기준 강화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처럼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 미국 등 주변국이 묵인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김기흥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일시적인 환헷지 등의 노력이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각 기업들이 원화절상의 추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환율방어를 위해 대외유입자금을 정책적으로 통제할 경우 앞으로 급속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경우 환변동 위험을 커버하기 어려워진다"며 "원화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적정한 것인가를 판단하기 어려워 직접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적극적인 미세조정과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엔화의 과도한 약세에 대응해 관련 국가들과 공조하고, 의도적인 환율조정에 대해 적극적인 이의제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 탈출구는 어디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말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이 9.2%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석유화학과 철강이 두자릿수 이상, 자동차와 기계도 한자릿수 후반의 수출감소를 겪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같은 전망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난해말 900원대 중반이던 원엔 환율은 현재 890원대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주요 수출시장 수요부진과 엔저가 맞물리며 수출은 올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석유화학과 철강, 자동차, 기계 등 일본기업들과 경쟁 강도가 높은 산업의 경우 당장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엔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들 산업은 상당기간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단기적으로 정부 지원책을 활용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제품 개발이나 선택과 집중, 신시장 개척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한국 화장품의 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엔고시대를 극복한 일본기업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정부 역시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나 수출금융 지원, 연구개발투자 지원 확대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기업의 엔고 극복사례

 

◇비용절감

 

▲가와사키중공업 : 생산 공장의 분리
- 1995년 급격한 엔고 상황에서 생산을 미국과 일본으로 분리하는 전략 채택
- 로봇의 주요부분(팔)을 조립 후 일본으로 반입, 제어장치를 장착해 수출, 엔고가 진행될수록 미국 공장에서의 생산 강화

 

▲이치코코교 : 자동차부품 공통화 및 생산종류 축소를 통해 제조원가 절감
- 최대 주주인 프랑스 자동차부품 대기업인 발레오와 공유화를 통해 부품 종류를 축소, 램프를 구성하는 부품도 공통화 추진
- 개발비를 줄임과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 전체적인 제조비용 절감

 

◇글로벌생산체제의 진화

 

▲도시바 : 자재 해외 조달 비율 확대
- 전자기기 수탁제조 서비스 EMS를 활용, 대만 등에서 PC, 액정 TV 등의 가전 제품 제조
- 1달러=70엔을 상정한 수익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해외 생산 및 조달 비율의 최적화를 검토

 

▲일본전산 : 사업 분산 전략
- 미국 전자기계 대형메이커인 에머슨 일렉트릭의 모터사업부문 매수를 시작으로, 달러나 유로지역으로 사업을 분산시켜 환율에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한 체질 강화

 

▲유니덴 : 해외 생산의 확대
- 엔고 당시 제품생산의 100%를 필리핀, 중국 등 해외에 의존하며 부품의 해외조달률을 90%까지 제고
- 국내본사는 R&D·사무 관리 등의 업무에 집중하는 형태로 축소해 엔고의 영향을 최소화

 

▲츠네이시조선 : 해외전개 가속화
- 달러 결제를 늘려 엔고로 인한 환리스크를 분산, 중국 절강성 현지법인 설립 및 필리핀에 자회사 건조척수 증강
- 이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춰 국내 및 해외의 동종 타사 와 차별화된 가격 경쟁력 확보 도모

 

◇생산기술 혁신

 

▲도요타 : 생산시스템 진화
- JIT(Just in Time) 도입, 각종부품의 금형 크기를 10~50% 줄여 설비투자비용을 40% 절감
- 아울러 숙련공의 일부 노하우를 기계화시키고, 숙련공은 더 고도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함

 

▲마시마코산 : 고유의 기술력으로 차별화 도모
- 고유의 기술력으로 차별화를 시도, 고부가가치제품 수출과 동시에 단순 자동차부품 부문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가격경쟁력 확보
- 엔지니어링 부문은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합작회사 설립

 

▲스즈키 : 다능공 육성으로 유연한 대처
- 일정 기간마다 담당 현장을 이동해 복수의 기계작업이 가능한 다능공 육성
- 월별 수요 증감에 맞추어 유연하게 인원 이동이 가능한 체제 구축
- 설계기술자의 생산 현장을 직접 체험을 통해 이용자 입장의 설계, 생산성을 높이고자 함
 
◇글로벌 M&A

 

▲하라코 우산 : 네덜란드 업체와 제휴
- 일본정책투자은행의 해외진출 및 자체 보유자금을 활용, 네덜란드계 풍력시스템 업체의 기술 및 종업원, 기자재 일체를 승계하여 제조거점을 해외로 이전함으로써 수출 경쟁력 및 일본 내 납품단가에 대한 우위를 확보

 

▲다이킨 : 미국 공조기기 대기업 굿맨글로벌 M&A
- 미국의 주택용 공조기기 대기업인 굿맨글로벌과 M&A 추진(3000억엔 규모)
- 과거 두차례 미국시장 공략에 실패했으나 엔고에 힘입어 M&A를 통한 3차 진출 시도

 

◇ONLY 1+No.1 전략

 

▲아사히 : 맥주의 핵심가치에 집중
- 경비 절감 등 내실 경영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맛있는 맥주‘라는 핵심 가치에 집중
- 기존의 맥주 맛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여 ’슈퍼 드라이‘ 맥주를 개발, 2001년 기린 맥주를 제치고 일본 최고의 맥주기업으로 성장

 

▲후지필름 : 트렌드와 강점 기술의 연계
- IT 혁명과 고령화 등의 사회 트렌드를 연계분석해 강점 기술을 심화, 부족한 기술을 M&A로 보완하며 강점 사업 육성
- 이를 기반으로 LCD 필름 및 피부 노화 억제 화장품 등을 개발

 

◇리스크 관리 강화

 

▲닛산 : 비용 절감과 환차손 극소화 주력
- 가격경쟁력 제고와 환헷지를 위해 일본에서 팔리는 신형 마치(MARCH)전량을 태국에서 생산·수입
-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환차손 극소화를 위해 중국, 멕시코, 인도 등 을 생산거점화해 2016년까지 해외조달비율 40% 확대 방침
 
▲파나소닉 : 계획적인 선물예약 실시
- 현지통화로의 결제비율을 높이고, 외환선물 예약도 계획보다 앞당겨 실시해 그해말까지 필요한 자금의 70%를 확보하는 방식을 취함. 엔고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체제 확립
 
◇신기술·신상품·신서비스 분야 개척

 

▲미츠비시중공업 : 복합 부가가치화 추구
- 센서기술을 활용한 원격감시 시스템을 활용, 세계 각국에서 가동하는 발전기를 검토하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대형 수주에 성공

 

미츠미제작소 : 독자적 기술로 의료 시장 진출
- 진공펌프 생산 기업이었으나 고령화로 의료관련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 독자적 기술을 활용해 의료용 제품 시장으로 진출. 내수 시장을 점유, 엔고 극복

 

▲시나노켄시 : 꾸준한 개발로 엔고 회피
- 견사방적에서 시작해 엔고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신제품 개발에 힘써 소형모터생산에 진출
- 이후 CD-ROM 구동장치, 인쇄기 순으로 시장을 개척, 현재 복사기 모터에서는 최고 수준

 

▲무라타정공 : 중소기업형 다각화
- 부품자동공급기 메이커였으나 T셔츠 프린트용 잉크개발에 성공, 중소기업의 다각화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
(자료 : 코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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