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그 충격이 국내경제와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수출전선은 물론이고 중국 관광객 감소 등 내수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엔저 쓰나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환율시장 전망과 국내 제조업 상황, 대응방안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엔저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 외환시장 구조상 엔화 약세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환율정책 역시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이 신제품 등을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이거나 경쟁강도가 약한 신사업에 진출해야 하지만 이 역시 단기간에 이뤄지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한계 봉착한 환율정책
원엔 환율 하락은 원달러 환율의 문제가 아니라 엔달러 환율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의 환율정책이 원화 강세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적정한 환율 수준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마련한 선물환 포지션 제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기준 강화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처럼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고, 미국 등 주변국이 묵인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김기흥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일시적인 환헷지 등의 노력이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각 기업들이 원화절상의 추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환율방어를 위해 대외유입자금을 정책적으로 통제할 경우 앞으로 급속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경우 환변동 위험을 커버하기 어려워진다"며 "원화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적정한 것인가를 판단하기 어려워 직접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적극적인 미세조정과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엔화의 과도한 약세에 대응해 관련 국가들과 공조하고, 의도적인 환율조정에 대해 적극적인 이의제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 탈출구는 어디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말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이 9.2%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석유화학과 철강이 두자릿수 이상, 자동차와 기계도 한자릿수 후반의 수출감소를 겪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같은 전망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난해말 900원대 중반이던 원엔 환율은 현재 890원대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주요 수출시장 수요부진과 엔저가 맞물리며 수출은 올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석유화학과 철강, 자동차, 기계 등 일본기업들과 경쟁 강도가 높은 산업의 경우 당장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엔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들 산업은 상당기간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단기적으로 정부 지원책을 활용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제품 개발이나 선택과 집중, 신시장 개척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한국 화장품의 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 엔고시대를 극복한 일본기업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정부 역시 기업들의 환위험 관리나 수출금융 지원, 연구개발투자 지원 확대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기업의 엔고 극복사례
◇비용절감
▲가와사키중공업 : 생산 공장의 분리
▲이치코코교 : 자동차부품 공통화 및 생산종류 축소를 통해 제조원가 절감
◇글로벌생산체제의 진화
▲도시바 : 자재 해외 조달 비율 확대
▲일본전산 : 사업 분산 전략
▲유니덴 : 해외 생산의 확대
▲츠네이시조선 : 해외전개 가속화
◇생산기술 혁신
▲도요타 : 생산시스템 진화
▲마시마코산 : 고유의 기술력으로 차별화 도모
▲스즈키 : 다능공 육성으로 유연한 대처
▲하라코 우산 : 네덜란드 업체와 제휴
▲다이킨 : 미국 공조기기 대기업 굿맨글로벌 M&A
◇ONLY 1+No.1 전략
▲아사히 : 맥주의 핵심가치에 집중
▲후지필름 : 트렌드와 강점 기술의 연계
◇리스크 관리 강화
▲닛산 : 비용 절감과 환차손 극소화 주력
▲미츠비시중공업 : 복합 부가가치화 추구
▲미츠미제작소 : 독자적 기술로 의료 시장 진출
▲시나노켄시 : 꾸준한 개발로 엔고 회피
▲무라타정공 : 중소기업형 다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