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의 성장성(매출)과 수익성(이익)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 개혁, 사업구조 재편 등에 조속히 나서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6일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위기의 기업 경쟁력, 실상과 극복방안’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국내 제조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선진국과 신흥국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고 밝혔다.
*조사방법 : 매년 국가(그룹)별 매출 상위 200개 기업 선정 비교, OECD 회원국, 선진국(미·영·프·독·일), 신흥국(브라질·인도·태국·중국·대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우리나라 200대 제조업체의 매출액 증가율은 20.99%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2009년 6.33%로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 작년에는 0.52%로 급감했다.
반면 선진국 제조업체의 매출액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6.95%까지 하락했으나 2010년 8.65%로 회복한 뒤 2012∼2014년 3%대 후반∼4%대 초반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0.52%)은 선진국(4.16%), OECD 회원국(3.69%), 신흥국(5.06%)과 비교할 때 가장 낮았다.
영업이익률도 우리나라는 2000년 6.79%에서 2014년 4.23%로 하락한 반면 선진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0년 6.17%에서 2014년 8.01%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률이 2011년 4.83%, 2012년 4.17%로 꾸준히 감소했으나 선진국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 8%대 수준을 유지했다.
신 교수는 국내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악화 배경에 대해 ①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경제성장률이 영향을 미친 데다 ②수출 중심 산업구조여서 통화가치 하락에 영향을 받았고 ③고정비 성격의 비용이 많아 매출원가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노동시장 개혁, 사업재편 촉진, R&D 투자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대기업 노동조합은 높은 독점력을 이용해 임금을 끌어올리고 연공서열에 기초한 호봉제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해고 및 경영상 고용조정 허용 ▲대체근로 허용 및 직장점거 파업 금지, 근로자파견 자유화 ▲연공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선 등을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재편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업활력촉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기업 525개의 R&D 투자 효율성 지표(R&D 대비 시가총액 등)는 한·중·일 가운데 가장 떨어진다”며 “기업의 혁신적인 전략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와 R&D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가 체계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