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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A에서 Z까지

  • 2015.12.31(목) 09:14

합병 등 재편과정서 순환출자 강화여부가 핵심
순환출자 강화시 처분의무 발생

재계의 사업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합병 등을 통해 형성되는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집행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정부는 대기업들의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고, 새로운 순환출자 역시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합병 등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그동안 논란이 있어왔다.

 

공정위의 이번 가이드 라인은 앞으로 사업재편에 나설 기업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 삼성SDI에 이어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합병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가 강화됐다는 판단을 받았고,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1. 현행 규정은

 

현재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기존에 형성된 순환출자는 인정해주지만 추가적인 계열사 출자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순환출자란 대기업 집단내 계열사들이 순환된 형태의 출자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B→C→A'와 같은 형태의 지분구조가 해당된다.

 

위 그림에서 A와 D는 지분구조상 직접적으로 연결된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A와 D가 합병하게 되면 A와 C가 서로 지분으로 연결되며 순환출자가 형성된다. C는 A가 주주인 B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A의 주주도 된다.

 

반대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두번째 그림에서는 A와 D가 합병하며 기존에는 관계가 없던 A가 C의 주주로 등장하게 된다. 이처럼 연결되는 지분 구조를 통해 소수의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들을 지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새로운 순환출자 형성을 금지한 상태다. 만일 순환출자가 형성되면 그 지분 모두를 처분해야 한다.

 

2. 어느 경우에 적용되나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 아래서 합병 등 사업재편을 실시하면서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일종의 표준이다. 공정위는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가 강화되는 경우 이를 신규 순환출자라고 판단했다.

 

 

1번 그림을 보면 A는 B와 C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고, B는 D를 지배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B를 존속법인으로 하는 C와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A는 C의 지분대신 합병법인의 신주를 받게 된다. 합병을 통해 새로 생긴 B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질 수 있다.

 

2번 그림은 B와 C가 동시에 D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B와 C의 합병이 이뤄지면 B는 C가 보유하고 있던 D의 지분을 가져오게 된다. 결과적으로 합병법인 B가 D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사례들은 모두 순환출자가 강화되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1번 그림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해당된다. 현대차는 현대제철 지분 7.9%, 현대하이스코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었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이 이뤄지며 새로운 현대제철 지분 11.2%를 가지게 됐다. 기아차 역시 현대제철 19.8%, 현대하이스코 15.7%를 보유중이었고 합병이후 지분은 19.6%로 변했다.

 

공정위는 현대차가 보유한 합병 현대제철 지분중 4.3%(574만5741주), 기아차 지분중 2.3%(306만2553주) 등 총 880만주를 계열사에 대한 추가 출자분으로 판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병이전 보유하고 있던 현대하이스코 지분이 합병 현대제철 지분으로 변했지만 이 지분을 통해 순환출자가 강화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순환출자 고리가 기존보다 강화된 만큼 이를 합병일 기준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위 그림을 보면 A는 B와 C의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고, B는 D를 지배한다. 만일 C를 존속법인으로 B와의 합병이 이뤄지면 A는 B지분 만큼 C회사의 신주를 받게 되고, A-C-D로 이어지는 새로운 출자관계가 형성된다.

 

두번째 그림을 보면 D를 지배하는 B와 C가 합병하는 경우다. 합병을 통해 새로운 출자구조가 발생하는 동시에 C는 기존보다 D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세번째는 B와 C에 분산돼 있던 지배력이 합병을 통해 합쳐지는 경우다. 합병을 통해 A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동시에 존속법인인 B의 D에 대한 지배력 역시 높아지게 된다.

 

공정위는 이 역시 순환출자가 강화되는 사례로 제시했다. 첫번째 그림은 삼성SDI(A)와 삼성물산(B), 제일모직(C)이 해당된다. 삼성SDI는 합병이전 제일모직 지분 3.7%, 삼성물산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었고 합병이후 새로운 삼성물산 지분 4.7%를 갖게 됐다.

 

공정위는 최종적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 지분중 2.6%(500만주)를 추가로 출자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삼성SDI 역시 합병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지분 3.7%가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 강화에 사용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이에 해당하는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3. 예외는 없나

 

물론 예외적인 사례들도 있다. 기존에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내에서 이뤄지는 합병의 경우다.

 

 

1번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 내에서 합병이 이뤄지는 만큼 계열사간 새로운 출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2번의 경우 합병을 통해 A-D-E라는 새로운 구조가 형성된다. 존속법인 D는 B가 가지고 있던 C의 지분을 가져오는 만큼 C와 D는 상호출자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합병에 의한 상호출자가 발생한 경우는 별도로 6개월내 처분유예기간이 부여된다.

 

3번 그림의 경우 순환출자 중간에 위치한 B와 E가 합병하면서 순환출자의 구조가 바뀐 경우다. 전체적인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순환출자 고리안에 포함된 회사가 1개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다. 공정위는 이같은 합병들의 경우 모두 지분 변동이 이뤄졌더라도 처분의무가 없다고 제시했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 고리내에서 합병이 이뤄진다고 해도 두개의 고리가 같이 존재하는 경우는 각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1번 그림에서 순환출자는 'A-B-C-D-E', 그리고 'B-C-D-E' 등 두개로 이뤄져 있다. 이중 A와 B가 합병할 경우 결과적으로 B-C-D-E로 순환출자 구조가 동일해진다. 다만 이 과정에서 A가 가지고 있던 B에 대한 지배력이 E로 넘어간 만큼 순환출자가 강화된 것으로 판단되고, 처분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2번 그림 역시 비슷한 사례다. A와 D가 합병하면서 순환출자 구조에 변화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F의 지배력이 높아졌다면 이를 추가출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같은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됨에 따라 앞으로 합병 등을 통해 사업재편에 나서는 기업들은 순환출자 강화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생겼다. 하지만 삼성과 현대차는 당장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삼성과 현대차 모두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처분기한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은 내년 3월 1일 이전까지 지분을 처분해야 하고, 현대차는 당장 1월1일 이전이 기한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모두 공정위에 매각시한 연장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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