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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6의 '가격' 승부수

  • 2016.02.02(화) 13:44

예상깨고 2000만원대로 책정..공격적 가격 정책
디자인·파워트레인 등 합격점..옵션 과다 우려도

'2410만~3250만원'

 

르노삼성의 야심작 SM6 가격이 공개됐다. 업계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평가다. SM6는 르노삼성이 다시 국내 시장에서 재도약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출시하는 모델이다. 그런만큼 기대가 크다. 가격을 두고 르노삼성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SM6 가격에는 르노삼성의 고민이 묻어있다. 르노삼성은 SM6를 앞세워 중형차 시장의 강자라는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이 중요하다. 경쟁모델들의 가격이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이 업계의 예상보다 SM6의 가격을 낮게 잡은 이유다.

◇ 2000만원대를 사수하라

르노삼성은 SM6의 가격을 2410만~3250만원으로 잡았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이다. 당초 업계 등에서는 주력트림의 가격이 3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각종 첨단 기능에 그동안 르노삼성의 가격이 경쟁 모델들에 비해 다소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3000만원대 초중반선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유럽 현지에서 SM6와 동일한 모델인 '탈리스만'의 가격이 3256만~5278만원선인 만큼 국내에 들여오는 가격은 아무리 낮아도 3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봤다. 또 유럽에서는 1.6모델이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2.0모델을 내놓는 만큼 가격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이같은 업계의 예상을 깨고 2000만원대로 가격을 맞췄다.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라는 평가다. 특히 주력 트림인 2.0모델의 가격이 2430만~2995만원으로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은 르노삼성이 SM6의 판매 확대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트림별로 옵션가격은 최소 204만원에서 최대 562만원이 추가되지만 전반적으로 기본 모델의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은 파격적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기본 장착되는 편의사양 등을 고려했을 때도 르노삼성의 이번 가격 정책은 기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그만큼 르노삼성이 SM6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르노삼성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은 것은 판매 확대를 위해서다. 
같은 중형차인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 2245만~3190만원, 기아차 K5는 1700만~3125만원 선이다. SM6 가격이 이들과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르노삼성 내부에서는 SM6 가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시장 상황과 르노삼성의 입지 등을 고려해 3000만원을 넘지 않아야한다는 의견과 사양과 성능 등을 고려했을 때 3000만원은 넘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결국 판매 확대에 무게가 실리며 2000만원대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 'QM3'에서 배우다

르노삼성이 이처럼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전례가 있어서다. 바로 QM3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3년 QM3 출시 당시 가격을 2250만~2450만원으로 책정했다. QM3의 유럽 현지 모델인 르노 캡처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3000만원선이다. 르노삼성은 QM3 판매 확대를 위해 유럽 현지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에 출시했고 QM3는 큰 성공을 거뒀다.

QM3는 마침 국내에 불어닥친 레저붐에 편승해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QM3는 지난 2014년 총 1만8191대가 판매되며 르노삼성 전체 내수 판매대수의 22.7%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2만4560대를 판매해 르노삼성 전체 내수 판매의 30.7%를 기록했다. 
▲ 르노삼성은 지난 2013년 QM3 도입 당시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고 이는 곧 QM3의 인기로 이어졌다. 당시의 경험에 비춰 이번 SM6에도 종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QM3 출시 당시 "파격적인 QM3의 가격 정책은 르노삼성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의 이런 발언은 SM6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르노삼성이 SM6에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QM3의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 덕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재 내수 시장에서 르노삼성이 처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 르노삼성은 작년 한해동안 내수 시장에서 8만17대를 판매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가장 저조한 판매량이다. QM3가 큰 인기를 끌었음에도 주력인 SM 시리즈의 판매량이 저조했던 탓이다. 특히 SM 시리즈는 이제 국내 중형차와 준대형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거둔 QM3의 성공은 르노삼성에게 한줄기의 빛과도 같았다. 르노삼성은 QM3에 적용한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그동안 가져왔던 가격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의 주력은 중형차다. 르노삼성이 꿈꾸는 것도 중형차 시장에서의 부활이다. SM6에는 르노삼성이 처한 우울한 현실과 이를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 모두가 담겨있다.

◇ 기대 반 우려 반

현재 SM6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소비자들도 현대·기아차에서 탈피해 중형차의 새로운 대안으로써 SM6를 눈여겨 보고 있다. 과거 SM5 시리즈가 국내 중형차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쏘나타를 위협했던 것처럼 SM6도 쏘나타와 K5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중형차 시장을 재편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유려한 디자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FAI) 주최 ‘2016 콘셉트카 전시회’ 전야제에서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차’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존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SM6의 유럽형 디자인은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여기에 파워트레인의 성능도 일단 수치상으로는 괜찮다는 평가다.

편의사양도 마찬가지다. 과거 주로 옵션으로만 선택할 수 있었던 사양들이 대부분 기본 사양으로 탑재돼 상품성이 좋아진 점도 소비자들이 SM6에 대해 기대를 갖는 이유 중 하나다. 르노삼성도 SM6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 SM6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쏘나타와 K5를 대체할 새로운 중형차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예전과 같이 소위 '옵션 장사'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일단 르노삼성이 파격적인 가격을 내놓기는 했지만 실제 판매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소위 '옵션 장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일부 품목 등에 대해 르노삼성이 과도하게 옵션으로 분류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만일 실제 판매에서 이런 부분들이 부각된다면 르노삼성의 SM6 판매 확대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아울러 SM5와 SM7 판매가 더욱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SM6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노후한 모델인 SM5와 SM7의 판매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되면 SM6 판매 의존도가 커지게 되고 르노삼성의 전체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SM6가 성공한다면 르노삼성도 한국GM과 마찬가지로 오는 2020년까지 계약돼있는 삼성 브랜드를 떼고 르노 브랜드로 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작년 말 르노삼성이 각 대리점의 색깔을 기존의 파란색에서 르노의 상징색인 노란색으로 변경한 것도 이를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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