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이른바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며 시작된 가격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기세다.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는 한줄기 빛 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과연 이런 흐름은 얼마나 이어질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호황의 혜택을 얼마나 누리게 될까. 메모리반도체시장의 현재 상황과 전망, 향후 변수 등을 점검해본다.[편집자]
메모리반도체 가격 강세가 계속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가격 상승에 따른 '과실'을 상당부분 얻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삼성전자와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인텔 등 소수업체들이 장악한 상태다. 메모리반도체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이른바 '승자 독식'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앞선 기술력을 통해 원가를 최대한 낮춰둔 상황이다. 제품 가격이 올라갈수록, 또 높은 상태가 유지될수록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커질 수밖에 없다.
◇ '최강자' 삼성, 거칠것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잠정실적을 내놨다. 4분기 영업이익 9조2000억원. 증권가에서 제시된 8조원 초중반대 영업이익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갤럭시노트7 이슈 여파가 이어지며 스마트폰 부문이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놀라운 수치다.
삼성전자의 깜짝실적은 반도체사업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 이달말 확정실적에서 확인되겠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4조원 중후반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의 절반이상을 책임진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가진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에서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말 기준 D램시장 점유율 50%, 낸드플래시 점유율 36%를 차지했다. 특히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앞선 기술력으로 높은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는 이미 20나노에 이어 10나노급 기술이 적용된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올해부터 10나노급 제품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경쟁업체들에 비해 앞선 원가 경쟁력을 자랑한다. 낸드플래시 역시 V낸드라는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대부분 낸드플래시 기업들이 48단 제품의 본격적인 양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인 반면 삼성전자는 48단 생산 확대는 물론 이미 64단을 쌓아올리는 4세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제품가격이 상승하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은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영업이익 규모가 분기당 4조원 중후반에서 5조원 중후반까지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사업에서만 2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빠른 추격자' SK하이닉스
지난 3분기말 기준 D램 24.8%, 낸드플래시 10.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업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3000억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달말 4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D램 제품 가격 상승은 D램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 사업구조상 이익규모를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20나노 D램 비중이 확대되면서 원가가 낮아진 상태다. 올해부터 3D 낸드 제품 양산이 시작되는 만큼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낸드플래시 경쟁력도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낸드플래시 분야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에 신규 낸드플래시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앞으로 3D제품을 기반으로 한 SSD 확대, 스마트폰 고용량화 등이 진행되며 낸드플래시 시장이 커질 것을 감안한 결정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1조원 초중반대 영업이익 규모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수급 개선의 최대 수혜"라며 "D램은 안정적 이익 성장이 예상되며 낸드플래시는 3D제품 양산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