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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소액해외송금업, 진입장벽 얼마나 쌓을까?

  • 2017.01.20(금) 09:47

7월 금융사 아니어도 소액해외송금업 허용
자격요건 놓고 "경쟁활성화" vs "소비자보호" 논란

소액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진입장벽을 낮춰달라는 업계와 소비자보호가 우선이라는 정부당국이 맞서고 있습니다. 올 7월부터 금융회사가 아니어도 해외송금업을 허용할 예정인데, 어느 높이의 진입장벽이 만들어질까요?

지난해말 국회에서 외국환거래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과 기업도 소액해외송금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습니다. 소액해외송금업을 하려면 요건을 갖춰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이 요건에는 ▲자본 ▲시설 ▲전문인력이 포함됩니다. 구체적인 요건을 담은 시행령은 정부내 논의를 거쳐 2~3월 입법예고한 뒤 7월 시행될 예정입니다.

◇ 소액해외송금업이란?

지금까지는 해외에 송금하려면 반드시 은행을 이용해야만 했는데요.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법인도 외국환업무를 대행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해외송금 수수료를 낮추고 해외송금 시장의 양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A씨가 은행에서 미국 유학중인 아들에게 2만달러(약2300만원)을 송금하려면, 수수료가 은행마다 다르지만 대략 전신료를 포함해 2만5000원에서 2만8000원 정도가 나옵니다. 송금신청서도 작성해야 하는데 지급신청서, 송금정보, 거래외국환은행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영업일 기준으로 2~3일 정도가 걸리지만 해당 국가 은행 사정에 따라 더 지연될 수 있습니다. 거래 은행 사이에 ▲지점네트워크 ▲추심의뢰은행 ▲MTO(Money Transfer Operator) 등 중개 기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핀테크를 기반으로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는 P2P방식으로 송금 비용을 10분의 1로 낮췄고, 미국의 아브라(Abra)는 비트코인을 중간 화폐로 이용해 송금 수수료를 없앴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요?

이 기업들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P2P(개인 대 개인)방식의 금융거래를 통해 송금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블록체인은 다수의 네트워크 구성원들에게 인증을 받아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방법을 말하는데요. 제3의 공인기관이나 중앙감독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국제송금을 하면 수수료가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진입장벽 낮춰라" vs "소비자보호가 우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곳이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업체 등록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소액해외송금업 플랫폼을 구축해 사업을 하면 불법인 것이죠. 이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구축해나갈 것인가를 둘러싸고 업계와 정부당국의 입장이 나뉘고 있습니다.

 

 

먼저 업계의 입장입니다. 많은 업체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자본금 요건을 낮추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양재봉 머니택 사장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자본금요건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달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공청회에서 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을 높이면 새로운 시장이 음성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송금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업체 간 파트너십이 중요한데 시장이 음성화되면 보증을 받을 수 없어 파트너를 구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가능한 한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감독당국은 보수적입니다. 갖출 것 다 갖추고 시장에 나오라는 겁니다. 소비자 보호가 우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업자가 파산할 경우를 대비해 소비자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소비자 정보 누설을 막기 위해 보안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추라고도 합니다. 소비자 분쟁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가이드라인도 갖고 있어야 하죠.

 

 

 

황정욱 금융감독원 외환총괄팀 부국장 "1000건을 성공해도 1건을 실패하면 꽝이다"

 
이렇게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에는 너무 많은 업체들이 몰려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억원대의 전산설비를 갖춘 업체에 대해서만 자격요건을 부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예산 10만원 정도를 들여 클라우드시스템을 사용하고 싶은 업계와 8억~9억원에 달하는 전산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감독당국의 온도차가 큽니다.  소액해외송금업이 테러자금이나 비자금으로 쓰이지 않도록 규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해 해외거주 및 체류 한국인은 718만명입니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1400만명입니다. 이들을 겨냥한 해외송금업시장 진출 경쟁이 곧 벌어집니다. 하지만, 진입장벽의 높이에 따라 경쟁자는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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