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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의 몰락]④빠져나올 수 없는 原電의 늪

  • 2017.03.10(금) 16:55

일본대지진 여파 각국 원전규제 강화
큰소리 친 도시바 "오히려 원전시장 확대"
건설비용 늘고 천문학적 빚보증까지 '발목'

1875년 도쿄 긴자에 설립한 전신기 생산 공장을 모태로 14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도시바가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 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로 충격을 안겨준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원전사업 부실 여파로 알짜사업인 반도체사업을 팔아야하는 처지에 빠졌다. 도시바에서 비롯된 반도체시장의 지형변화와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을 살펴봤다. [편집자]

 

 

2011년 3월11일은 일본 역사에 비극으로 기억되는 날이다. 일본 동북부 이바라키현(県)과 이와테현을 중심으로 규모 9.0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1만5894명이 죽고 2562명이 행방불명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멈춰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반핵 운동이 일어났다. 독일은 2020년까지 원전 17기를 모두 폐기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원전 비율을 끌어내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시 사사키 노리오(佐々木 則夫) 도시바 사장의 인식은 달랐다.

"원전 시장이 축소될 리 없습니다. 오히려 증가할 거라고 봅니다"

사사키 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가 2015년까지의 사업목표로 '원전 39기, 매출액 1조엔 달성'을 내세웠다. 언론을 비롯해 전문가들이 사사키 사장의 현실 인식에 의문을 품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 상황은 사사키 사장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갔다.

◇ 주저앉은 도시바, 日지진이 불러온 나비효과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도 반핵 여론이 확산돼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중심으로 각 주정부가 원전 규제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적용대상에는 도시바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 도시바는 미국에서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rporation)를 필두로 200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州)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원전을 각각 2기씩, 모두 4건의 원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모두 합쳐 2조엔(20조원) 규모다.

보통 원전 1기를 짓는 데는 5조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원전 사업 규모가 크다보니 설계가 변경되거나 공사가 연기되는 경우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규제 강화로 공사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두고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발주처인 미국 전력회사, 시공사인 건설회사 간 법적 다툼이 일어났다.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서 추가 비용이 천문학적인 단위로 늘어나갔다. 결국 도시바는 2015년 10월 법적 공방을 하루 빨리 마무리짓고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소송 대상자 중 하나인 건설회사 S&W(Stone and Webster, Inc.)를 인수하기로 결정한다. 시간을 오래 끌기보다 문제가 될 만한 상대방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 도시바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州)에 원전 2기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美스카나(Scana Corporation)사]


◇ 급한불 끄려고 건설사 인수했는데…

도시바가 S&W사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법정 다툼이 길어져 공사 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이 비용을 웨스팅하우스, 곧 도시바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바로 '고정가격옵션'이라는 계약 때문이다.

고정가격옵션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 2기 건설비용이 계약 비용 77억달러(8조7000억원)를 넘으면 웨스팅하우스가 초과 금액을 지불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있다. 초과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시바는 소송을 얼른 마무리해야 했다.

도시바는 S&W의 주인인 CB&I사와 협상에 속도를 냈다. 내가 살테니 S&W를 넘기라는 것이다. 우선 도시바는 CB&I에 인수대금으로 11억7000만달러(1조35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신 S&W사를 실사해 그 금액이 인수금액보다 많으면 도시바가 초과분을 내고, 반대의 경우라면 차액을 돌려받기로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나중에 도시바가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인수대금으로 9억8000만달러(1조1300억원)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조원대면 살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2조원 이상 들어가게 생겼다는 얘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CB&I는 도시바가 추산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16억달러)을 달라고 하고 있다. 양측은 현재 이와 관련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 도시바, 美 원전자회사 빚보증만 7.9조

지난 2월14일 쓰나가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미국 원전 사업에서 총 6900억엔(6조9200억원)에 달하는 초과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S&W 인수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비롯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는 발표다. 이 금액은 고스란히 영업이익에서 깎여 도시바는 현재 사상초유의 적자상태에 빠지게 됐다.

도시바로선 엉망진창이 된 미국 원전 사업에서 발을 빼야 할 상황이었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시바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을 직접 집행한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사업에 '모회사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가 해당 프로젝트 계약상 금액 지불을 이행하지 못하면 도시바가 모회사로서 7934억엔(7조9500억원)을 위약금으로 지불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쉽게 말해 도시바는 원자로 건설 사업을 계속하면 6900억엔을, 그만두면 7934억엔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14일 도시바가 발표한 자료에는 이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2015년 9월 도쿄증권거래소는 도시바 분식회계사건을 계기로 도시바를 '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주의종목으로 지정되면 개선작업을 통해 1년6개월 내 거래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거래소로부터 개선사항을 인정받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도시바로서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제거해 새롭게 탈바꿈해야하는 상황이다. 도시바가 각종 사업을 본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비롯해 돈이 되는 자회사와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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