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이 기아자동차를 덮쳤다.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통상임금 패소에 글로벌 판매 부진 등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가 겹친데 따른 조치다.
기아차는 오는 25일부로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특근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아차는 이달 들어 특근을 하지 않고 있다.
기아차는 2013년 10+10 주야 2교대에서 심야근로를 줄인 8+9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했다. 올해부터는 30분 잔업을 포함한 8+8 근무제를 운영했다.
이번 조치로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25일부터 1조와 2조의 잔업시간이 각각 10분, 20분 등 총 30분 줄어든다. 근무시간은 1조는 오전 7시에서 오후 3시40분(기존 오전7시~ 오후 3시50분)으로, 2조는 오후 3시50분에서 다음날 오전 0시30분(기존 오후 3시50분~다음날 오전 0시50분)으로 변경된다. 2조의 경우 심야 근로시간이 20분 줄어든다.
기아차는 이 같은 근무형태 변경의 이유로 ▲근로자 건강 확보 및 삶의 질 향상 ▲정부 및 사회적 이슈인 장시간 근로 해소 정책 부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여파 등 판매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조정 ▲통상임금 소송 결과 특근 및 잔업 시 수익성 확보 불가 등을 꼽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통상임금 패소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달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인정 여부’에 대한 소송에서 원고인 기아차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 원금 3126억원과 지연이자 1097억원 등 4223억원을 노조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로 수당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수당이 지급되는 작업을 축소한 것이다. 각종 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법원 최종심 결과에 따라 과거 분 지급 뿐 아니라 향후 미래 분은 특근과 잔업 유지 시 기존보다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판매부진과 재고증가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뿐 아니라 통상임금 영향으로 위기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원가 경쟁력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판매 부진에 따른 생산량 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아차의 올 1~8월 글로벌 판매량은 175만9130대로 전년 동기대비 7.8% 감소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 등 최대 수출국에서 판매가 부진해 위기감이 크다. 올 1~7월 기아차 중국 판매량은 작년보다 52% 급감한 17만2674대에 머물렀다. 미국 시장도 업체 간 경쟁 심화로 판매부진 및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한미 FTA 재협상 압력 등으로 인해 시장전망도 불투명하다.
기아차는 향후 특근과 잔업 과다공정 등은 신규채용이나 교대제 개편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도정공장 배합실과 소방안전, 폐수처리와 안전순찰 등 필수근무자 및 감시감독 근무자와 일부 생산특근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공정에 대해 근로자의 직무 개선과 순환근무제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 특근이나 잔업이 불가피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필수근무자’나 ‘일부 특근 과다 공정 근무자’ 등은 신규인원 채용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또 교대제 개편과 직무 개선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