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쳤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자동차 판매는 부진하기 짝이 없다. 경영실적이 좋을리 없다. 여기에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 1조원 안팎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당장 올 3분기에는 영업적자가 우려된다. 기아자동차의 위기다.
소송 패소는 기아차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계 서열 2위 현대자동차그룹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협력업체로의 파장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통상임금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기아차에 지급을 명령한 금액은 4223억원이다. 2011년 10월 소송 제기 당시 노조측이 청구한 3년치(2008년 8월~2011년 10월) 임금 소급 청구액(6590억원) 및 이자(4340억원) 총 1조926억원의 38.7%에 해당한다.
게다가 법원은 2014년 근로자 13명이 제기한 대표소송(2011년 11월~2014년 10월 청구액 4억5000만원)도 같은 내용으로 판결, 1억4000만원(2011년 소송 판결 4223억원에 포함)을 인정했다. 대표소송 판결은 해당되는 모든 직원에게 확대 적용해야 한다.
이에 더해 노조가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2014년 11월이후 현재까지의 기간도 감안하면 이번 4223억원 외에 6000억원가량을 더 지급해야 한다. 결국 기아차로서는 최대 1조원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뿐만 아니다. 당장 올해 3분기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비록 아직은 1심 선고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기아차는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2분기 영업이익이 404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만약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을 모두 반영하면 영업적자는 불을 보듯 뻔하다. 2007년 3분기 이후 10년만이다.
기아차로서는 사면초가다. 기아차는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반토막난 상태다. 이로인해 올 1~7월 글로벌 판매량은 153만6388대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8.9% 감소했다.
이렇다보니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39.6%, 2분기 47.6% 감소 추세를 보이며 상반기 7870억원에 머물렀다. 2010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위기는 기아차 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갖춘 현대차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양사는 플랫폼과 연구개발 뿐 아니라 계열사로부터 자재와 부품 공급 등을 공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기아차의 위기가 현대차 뿐 아니라 자재와 부품, 물류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울러 협력업체로의 파장은 물론 재계 전방위로 통상임금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다. 올해 6월말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사업장은 총 115개다.
게다가 기아차 판결에서 신의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이들 소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의칙 인정 여부는 기아차는 물론이고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업계의 공통 현안이다.
지난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종업원 450명 이상 기업 중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쟁점을 물은 결과 ‘소급지급 관련 신의칙 인정 여부’를 꼽은 기업이 23곳(65.7%)으로 가장 많다.
35개 기업에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은 총 103건인데 종결된 4건을 제외할 경우 기업당 평균 2.8건의 송사를 진행 중이다. ‘1심 계류’가 48건(46.6%)으로 가장 많고 ‘2심(항소심) 계류’ 31건(30.1%), ‘3심(상고심) 계류’ 20건(19.4%) 등이다.
미응답 기업을 제외한 25개 기업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지연이자, 소급분 임금 등이 최대 8조37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는 2016년도 전체 인건비 평균의 36.3%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