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의 안방 사수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독일과 미국 기업이 현대엘리베이터를 맹추격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일본 히타치도 우리나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신규 설치된 엘리베이터 수는 4만여대다. 금액으로 따지면 3조5000억원 정도로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시장이다. 도시에 인구가 몰려 있어 고층 빌딩이 많고 재건축·재개발이 곳곳에서 꾸준히 이뤄진 결과다.
국내 시장에는 해외 업체들도 다수 진출해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시장점유율 43%를 기록해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독일 티센크루프(25%)와 미국 오티스(10%), 일본 미쓰비시(3%)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일 일본 히타치가 18년만에 한국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세계 5위의 엘리베이터 제조사인 히타치의 연간 생산량은 7만여대에 이른다. 히타치는 국내에서 시장점유율을 10% 안팎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세계 10위권에 턱걸이로 걸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로선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국내 시장 점유율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전체 매출(지난해 1조7590억원)에서 내수(1조442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다. 국내시장을 내주면 회사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실제 위기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점유율은 40% 초반에서 정체돼있는 반면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을 20%에서 26%로 끌어올리며 현대엘리베이터를 거세게 추격했다. 미쓰비시도 인천 송도에 30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센터를 조성하는 등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체력을 다지고 있다.
곽문규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해외 유명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느냐 마느냐는 결국 R&D(기술개발)역량에 달렸다"며 "부품을 구입해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차별성 있는 기술을 선보이는 것은 자체 역량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원가절감과 기술력 확보를 통해 국내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엘리베이터 업계에서 성장을 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왔다면 이제는 차별성을 가진 기술을 갖추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