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대 먹거리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은 얼마나 위협적일까. 국내 신용평가사가 이에 대한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도체는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디스플레이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국내 기업들의 사업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업종별로 닥칠 수 있는 위험요소 등을 분석한 '2018년 산업전망'을 발표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핵심키워드는 중국이었다.
배영찬 평가전문위원과 엄정원 선임연구원은 내년 주요 크레딧이슈로 중국의 메모리시장 진입과 중국 패널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선발업체들의 높은 기술장벽으로 메모리 시장 진출이 더디지만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하기 위해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펴고 있다.
두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종합메모리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일부 중국 기업은 내년 하반기에 3차원 낸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단기간 내 메모리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부터 생산하는 제품은 저사양 제품이고 양산 과정에서의 수율문제나 품질검증 과정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업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M&A를 통해 시장 진출을 꾀할 수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주요 메모리 생산국인 한국과 일본,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시장진입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키몬다, 엘피다 등 중상위권 시장지위를 보유한 업체가 경영위기로 매물로 나온 적이 있으나 기술유출을 우려해 중국과의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다.
반면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서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3분기 중국 패널업체인 BOE가 LG디스플레이를 추월하고 대형패널 출하량 1위를 차지한 게 대표적인 예다.
BOE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업계 최초로 10.5세대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오는 2020년까지 7조8000억원을 투입해 두번째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대형패널의 주도권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하는 중소형 OLED 시장도 중국의 공략대상이다. BOE는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로부터 OLED패널을 수주하려고 공장신설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두 연구원은 "중국업체의 남은 과제는 기술력"이라며 "국내 업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차세대 기술을 선도하며 프리미엄제품에서 경쟁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 업체도 투자를 본격화하며 빠른 추격을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기평은 반도체산업의 내년 신용등급 전망은 '긍정적'으로, 디스플레이산업의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기평은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대응지연으로 모바일용 패널사업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향후 수급동향, 판가흐름, 대규모 투자부담이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