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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과 금융

  • 2018.02.06(화) 10:10

코오롱인더스트리, 옛 코오롱캐피탈 지분 전량 매각
1998년 보험, 2004년 은행 이어 금융사업 완전정리

코오롱 vs 금융. 악연(惡緣)이다. 1980년대 후반 금융업에 뛰어든지 어느덧 30여년. 보험, 은행업을 차례로 접은 데 이어 할부금융업 소유지분까지 모두 매각함으로써 모든 금융사업을 사실상 완전 정리했다.  
 


1980년대 전후, 재계의 금융업 진출이 러시를 이뤘다. 현 하나캐피탈(옛 코오롱캐피탈)이 설립된 게 이 무렵이다. 코오롱이 1987년 2월 하나캐피탈의 전신(前身) ‘코오롱신판’을 차린 것. 
 
1991년 9월에는 LG, 두산과 함께 보람은행(현 하나은행)을 출범시켰다. 단자사인 한양투자금융과 금성투자금융간 합병으로 전환된 은행이다. 당시 보람은행은 3개 대기업이 지분 27%를 가진 대주주로 있었다. 앞서 1989년 6월에는 한·미합작으로 코오롱메트생명을 설립, 보험시장에도 진출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국난(國難)’이었다. 아무리 ‘대마불사(大馬不死)’로 통했다고는 하지만 대기업들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돈 앞에서 대기업들이 힘없이 나가떨어져 나가던 시기, 생존을 위해서는 혹독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이 뒤따라야 했다. 코오롱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오롱는 하나 둘 금융사업을 접기 시작했다.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보험업에 진출한지 10년만인 1998년 3월 코오롱메트생명을 매각했다. 2004년 12월에 가서는 하나은행 지분도 모두 매각했다. 코오롱캐피탈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코오롱신판은 ‘코오롱파이낸스’(1993년 12월)를 거쳐 코오롱할부금융(1995년 12월)으로 사명을 교체한 뒤 1996년 1월 할부금융업 라이센스를 취득하며 본격적으로 할부금융업을 시작했다. 2001년 7월에는 ‘코오롱캐피탈’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당시만 해도 최대주주인 (주)코오롱(57.8%)을 비롯해 코오롱건설(11.7%) 등 코오롱이 지분 77.0%를 소유했다. 오너 이웅열 회장도 지분 7.5%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2004년 8월에 가서 코오롱은 보유지분 중 14.9%(234만주)를 하나은행에 42억7000만원을 받고 넘겼다. 주당처분가격은 1830원으로 액면가(5000원)의 거의 3분의 1 밖에 안됐다.
 
헐값 매각이 이뤄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코오롱캐피탈의 재무실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2002~2003년 연속 순익적자로 2003년 말 312억원의 결손금이 발생, 36.2%(자본금 785억원·자본총계 500억원)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렇다보니 하나은행에 지분 일부를 넘겨 코오롱캐피탈의 위탁경영을 맡긴 것이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 시기 코오롱캐피탈에 단일 금융회사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하나은행이 위탁경영에 들어간 뒤 자산실사 과정에서 임원의 473억원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
 
대형 횡령사고로 인해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자 코오롱이 이를 보전해 줄 수 밖에 없었다. 하나은행(14.9%)을 제외한 (주)코오롱 등 대주주를 대상으로 473억원 무상감자를 실시한 뒤 동일한 금액을 코오롱이 출자했다.
 
이웅열 회장이 43억4000만원을 댔다. (주)코오롱(251억원), 코오롱건설(67억7000만원), 코오롱제약(57억7000만원), 코오롱글로벌(43억4000만원) 등 3개 계열 주주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5년 3월 하나은행은 (주)코오롱 등의 지분 19.9%(119만주·주당 4780원 금액 56억9900만원)를 인수, 34.8%(89만4000주→209만주)로 확대했다. 이를 계기로 코오롱캐피탈은 하나캐피탈로 사명 변경했다.
 
하나은행은 같은 해 6월 코오롱제약 소유 5.4%를 추가로 인수해 40.2%로 확대한 데 이어 8월에는 60억원 유상증자에 당시 단독으로 참여 지분 50.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2004~2005년에 걸친 경영권 이동으로 하나캐피탈에 대한 하나은행과 코오롱의 지분 구조는 50.1%와 49.9%로 변동됐다. 현재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캐피탈 지분 50.1%(보통주 726만1199주·우선주 100만2640주)를 소유하고 있는 이유다.
 
제조 대기업에서 금융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하나캐피탈은 경쟁력 있는 금융사로 변신한 지 오래다. 2010년 순익흑자로 전환한 뒤 2012년(284억원)을 기점으로는 매년 예외없이 성장 추세를 보이며 2016년에는 807억원에 달했다. 재무건전성감독지표인 조정자기자본비율 역시 작년 9월말 12.8%로 규제비율인 7%를 훨씬 웃돌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하나캐피탈 지분 42.1%(보통주 617만7181주·우선주 75만6299주)를 6일 하나금융지주에 전량 매각키로했다. 주당처분가는 3만8320원(액면가 5000원)으로 2660억원을 손에 쥔다. 투자자산 매각을 통한 자산 효율성 확대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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