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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조동길의 ‘월(Wall)’

  • 2018.02.19(월) 11:01

자사주 지분 100만주 취득 결정…11.2%로 확대
조동길 홀딩스 지분 20% 불과…지배 기반 취약

한솔의 오너 조동길(63) 회장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다시 ‘장벽 쌓기’에 나섰다. 한솔홀딩스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자사주를 사들인다. 

 

▲ 조동길 한솔 회장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홀딩스는 지난 14일 자사주 100만주를 취득키로 했다. 발행주식의 2.2%다. 기간은 이달 20일부터 오는 5월11일까지다. 자금은 대략 48억7000만원(이사회 결의 전(前)일 종가 4865원 기준)이 소요될 것이란 계산이다. 

주가 안정을 도모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한솔 창업주 이인희(89) 고문의 후계자 조동길 한솔 회장(3남2녀 중 3남)의 경영권 안정에도 방점이 찍힌 것을 볼 수 있다.

한솔은 2015년 1월 주력 계열사인 옛 한솔제지의 기업분할(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투자부문 존속법인 한솔홀딩스와 주력사업인 인쇄용지·산업용지·특수지 등의 제지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한솔제지로 분할했다. 이어 2015년 7월 한솔홀딩스가 한솔로지스틱스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했다. 후속으로 계열사간 추가적인 지분 정리가 이뤄지면서 지주회사 한솔홀딩스 중심의 지배구조로 개편됐다.   

기존 ‘한솔로지스틱스→한솔제지→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로 이뤄진 순환출자구조가 해소했다. 나아가 조동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를 통해 지배하는 형태를 완성했다.

문제는 조동길 회장을 정점으로 지배기반이 아직은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솔홀딩스에 대한 조 회장의 보유 지분이 직접 소유 8.9%를 비롯해 특수관계인(4명)을 포함해봐야 20.4%(945만109주)에 머물고 있어서다.

반면 외국인 및 소액주주를 비롯한 기타주주 지분은 60%가 넘는다. 따라서 이번 자사주 취득도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왔던 한솔의 경영권 방어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솔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남5녀 중 맏딸 이인희 고문이 1993년 9월 삼성에서 계열분리하며 출범했다. 1990년대에는 제지, 정보통신, 금융, 레저사업을 주축으로 10대 그룹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정보통신·금융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사업을 제지로 전환함으로써 현재의 외형은 대폭 축소된 상태다.  

이와 맞물려 경영권 방어 기반 또한 취약한 편이었다. 1999년 말 주력 계열사 옛 한솔제지에 대한 이인희 고문을 비롯한 대주주 지분율이 12.4%(보통주 기준)에 불과했을 정도다. 

한솔은 이 같은 경영권 불안에 대한 대비책으로 자사주 확보에 매우 공을 들여왔다. 총 312억원을 투입해 발행주식의 12.9%(562만주)나 되는 자사주를 사들였던 게 2000년과 2003년의 일이다.

이후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연쇄적으로 행사하자 2014년 말 자사주 지분이 7.3%(317만주)로 축소되기도 했지만 2015년 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솔홀딩스가 2015년 6월 한솔로지스틱스 투자부문 합병 등을 통해 소유하게 된 자사주 지분이 9.0%다. 여기에 계획대로 이번 자사주 취득을 완료하면 11.2%(517만주)로 확대된다. 조동길 회장으로서는 자사주까지를 포함하면 31.6%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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