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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강 美 관세폭탄 일단 피했지만…산 넘어 산

  • 2018.03.23(금) 10:49

EU·브라질 등 포함 4월말까지 시한부 유예
한미 FTA 연계…자동차 무역장벽 내줄수도

한국이 미국 수입 철강 '관세 폭탄'을 일단 피했다. 하지만 다음 달 말까지 유예 조치를 받은 것이라 시한부일 뿐이다. 정부는 영구 면제를 위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 밝혔지만 머릿속은 더 복잡해 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협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연계해 이뤄진다.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미국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관련 무역조건이 거론된다. 한국으로선 산업별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득실 계산이 더 까다로워진 셈이다.

 

 

◇ 철강 추가 관세, 4월말까지 시한부 면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로부터 4월말까지 철강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와 관련한 잠정 유예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잠정유예 국가들은 '조건 협상'을 해야 한다"며 "우리도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건 협상이란 철강 관세 면제 협상을 FTA과 연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본부장은 전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잠정유예 문제를 우선 매듭지은 것으로 보인다.

 

 ■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 of the Trade Expansion Act)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 직권으로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무역 제재수단이다. 미국 상무부는 특정 수입품이 자국 안보에 해를 끼칠 수있다는 우려가 있을 때 해당 품목에 대해 조사해 그 결과를 270 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은 90일 동안 조사 결과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고, 법정 권한에 따라 조치한다.

 

 조치에는 추가 관세 부과, 수입 물량 제한뿐 아니라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까지 허용하고 있어 보호무역 조치 수위에 다라 해당 산업 타격이 클 수 있다. 이 조항은 1962년 제정 후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효력이 사라졌지만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부활했다.

 

이로써 한국은 4월말까지 일시적으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행정명령은 23일(현지) 0시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역시 22일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국가에 대해 관세 중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대상국은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브라질,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이다. 호주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는 애초 면제 국으로 분류됐었다.

 

◇ 일단 시간은 벌었지만…車 어쩌나

 

25%의 관세가 추가되면 대미 수출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 우려해 왔던 철강업계는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철강재 88%에 이미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태다. 이 탓에 작년 대미 철강 수출은 고점인 2014년 대비 약 38% 감소했다.

 

동국제강의 경우 관세가 확정되지 않아 최근 수출 선적을 잠정 보류한 상태혔다.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면 약 4만톤의 물량이 영향을 받을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당장은 추가 관세 부과를 피했기 때문에 미뤘던 수출선적을 재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서는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의 대미 수출이 총 354만톤으로 전체 수출규모 11.2%라고 집계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에 따르면 내년 미국 철강수요는 9730만톤으로 전세계 수요 16억2700만톤의 6% 수준이다.

 

▲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한국과 달리 작년 각각 198만톤, 173만톤을 미국에 수출한 터키와 일본은 잠점 유예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은 관세 폭탄을 맞은 국가들에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시간을 번 건 다행이지만,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철강 관세 부과를 시한부로 미룬 것은 이를 FTA 협상 카드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와 USTR는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FTA 개정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측 FTA 최대 관심 분야는 자동차인데 철강 관세를 면제 받는 대신 자동차 무역에서의 미국 측 요구를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 유력하다.

 

이밖에도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구체적 행동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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