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정성립(68) 대표이사 사장을 놓고 말들이 많다. 연임 가능성을 놓고 정치권 개입설 등 ‘카더라’만 난무하고 있다. 임기 만료가 코앞이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여태껏 속내를 까지 않고 있는 탓이다.
비록 임기 막판 흑자 전환이라는 경영 성과를 놓고 연임에 무게중심을 두는 의견도 있지만 ‘썰’ 이상의 증거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은 출신’ 정 사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
정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공학도 출신이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은 금융 분야였다. 1974년 산은에 입행, 2년간 근무했다.
제조업으로 방향을 튼 때는 1976년 중견조선업체 동해조선공업으로 옮기면서다. 커리어를 인정받아 1981년에는 대우에 영입됐다. 대우중공업 영업담당 이사, 인사담당 상무를 거쳐 1998년 12월에는 전무(관리본부장)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1999년 7월 대우 해체된 뒤 대우중공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산업은행 산하로 편입된 이후에도 정 사장은 잘나갔다. 대우중공업은 2000년 10월 조선해양부문의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과 종합기계부문의 ‘대우종합기계’로 쪼개지는데, 정 사장은 이듬해 7월 전무에서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꿰찼다.
운(?)도 따라줬다. 당시 정 사장이 대표에 오른 것은 2001년 3월 유임된 신영균 사장이 대우그룹 분식회계 판결과 맞물려 4개월만에 갑작스레 물러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산은 출신으로 대주주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이 한 몫 했다는 후문이 뒤따른다.
대우조선은 워크아웃 전부터 우량기업으로 평가돼 온 곳이다. 분할 첫 해 3개월 동안에만 1280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올릴 정도였다. 정 사장 취임 한 달 만인 2011년 8월 워크아웃 졸업으로 이어졌다.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며 2002~2003년에는 각각 3080억원, 2840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대주주 산은의 재신임으로 이어졌다. 2년 임기를 마치고 2003년 10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임기 3년을 꽉 채우지는 못했다. 임기만료를 7개월 앞둔 2006년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퇴진 의사를 밝혔다.
2003년 3620억원을 찍었던 영업이익이 이듬해 695억원으로 줄더니 급기야 2005년 사상 첫 영업적자(-1190억원)를 냈던 시점이다. 사실상 2인자 남상태 부사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 회장,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총괄사장을 지낸 뒤 정 사장이 친정으로 복귀한 때는 2015년 5월말. 2008년 이후 조선업 장기불황에 시달리던 대우조선의 소방수 성격으로 대표에 다시 선임됐다. 다음달 말이면 3년의 임기가 만료되는 것.
재임 기간의 경영성과는 12년 전 퇴진 당시와는 데칼코마니다. 2012년 이후 매년 예외없던 영업적자는 2015년까지 계속됐다. 총 5조2900억원에 달한다. 작년에서야 7330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5년연속 적자 흐름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5년 11월부터 추진 중인 자구계획이 한 몫 했다.
반면 재임 기간 정부의 지원도 적잖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성과는 다소 빛이 바랜다. 2015년 10월 산은 및 수출입은행으로부터 4조2000억원을 수혈받은 데 이어 작년에 다시 손을 벌려 2조90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는 등 총 7조1000억원에 달한다.
정 사장의 거취는 다음달 29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다룰 예정이다. 무엇보다 정 사장 임기 만료에 따른 등기임원 선임이 핵심 사안으로 정 사장이 재선임될지 다른 인물이 등장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사장 후보는 대우조선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지난해 채권단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구조조정 과정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꾸린 조직이다. 조선업, 경영, 금융, 구조조정, 법무, 회계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다. 다만 산은 소유지분이 56.0%로 절반 넘게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 사장의 운명은 결국 산업은행의 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이사진은 원래 6명(사내 3명·사외 3명)이다. 지금은 5명(사내 2명·사외 3명)이다. 사내이사 중에는 조욱성 부사장(관리본부장)만이 임기(2009년 6월)가 남아있다. 김열중 부사장(재경본부장)의 경우 올 3월 정기주총때 임기만료로 퇴임했지만 후임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정 사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새 재경본부장(CFO) 선임도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