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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잃은 포스코, 산으로 가나

  • 2018.04.18(수) 17:17

'경영공백' 없다지만 안팎서 혼란 불가피
권오준 2기 사장단·이사진 후속인사 1순위

18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 2년을 남기고 사의를 표하면서 창립 50주년을 보내고 전열을 가다듬던 포스코 내부도 뒤숭숭한 분위기에 빠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권 회장이 포스코의 경영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터라 갑작스러운 중도 하차는 당혹스럽다는 안팎 반응이 적잖다.
 
일단 권 회장은 후임자 선임 때까지 직책은 유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다음 수장을 맞을 때까지 주요 사업 투자결정이 미뤄지는 등 사업 조율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초 구성이 마무리된 '권오준 2기' 체제 그룹 사장단 및 임원진도 후임 수장 인선에 따라 적잖은 폭의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이명근 기자 qwe123@

 

◇ "이제 뛰어야 할 시기에…"

 

작년 포스코는 4년에 걸친 구조조정을 마무리 한 성과를 냈다. 매출은 60조6551억원, 영업이익은 4조6218억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전년대비 14.3%, 62.5% 늘어난 규모다. 2014년부터 국내외 계열사 80여개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고도 거둔 실적이라 안팎에서 모두 높이 평가받았다.

 

권 회장은 재임 '1기(2014~2017년초)' 시절엔 전임 정준양 회장 때 비철강부문 확장 기조와 각종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우며 나타난 부작용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작년 초 연임에 성공한 뒤 '2기(2017~2020년초)' 체제를 시작하면서부터 포스코 다시 시선을 철 바깥으로 돌리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리튬 사업이다.

 

올해는 이런 신사업이 더욱 본격화되는 시기였다. 포스코 그룹 전체로 4조2000억원, 비철강부문만 1조3000억원 규모 투자 실탄을 쟁여두고 있었다. 미래성장위원회 등 그룹사 협의기구를 통해 차세대 성장사업 발굴을 강화하고 사업추진의 유연성도 높이겠다는 게 권 회장 전략이었다.

 

권 회장은 후임 인선까지 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의를 표한 상황인 만큼 적극적 의사 결정에는 한계가 있다. 후임이 오기까지 이르면 2~3개월 걸릴 걸로 예상되지만 워낙 정치권 입김을 많이 타는 포스코 수장 자리다 보니 선임은 더 지체될 수 있다. 사실상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변수가 커진 상태다. 포스코로서는 볕이 드나 했더니 한파가 예고된 셈이다. 권 회장은 현재 세계철강협회(WSA) 부회장으로 올해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 글로벌 철강시장 마찰을 조율하면서 국내에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 위치도 잃게될 수 있다는 의미다.

 

 

◇ 후속인사 '일파만파'

 

권 회장은 지난달 초 그룹 사장단 인선도 마무리했다. 연임 뒤 측근들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경영 안정을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였다. 포스코건설에는 그룹 '재무통'으로 이름난 이영훈 사장, 포스코켐텍에는 가치경영실장 출신 최정우 사장이 선임됐다. 포스코에너지에는 박기홍 전 기획재무부문장, 포스코강판에는 하대룡 전 전기전자마케팅 실장이 사장으로 자리했다.

 

포스코ICT와 포스코대우 경우 권 회장 임기 중 호흡을 맞춰온 최두환, 김영상 사장이 재선임됐다. 포스코에는 등기이사로 오인환 사장(철강부문장), 장인화 부사장, 유성 부사장이 재선됐고, 새로 전중선 포스코강판 사장이 선임돼 있다.

 

하지만 수장이 바뀌면 권 회장이 그려놓은 그룹 진용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후임자가 온다면 그야말로 예상할 수 없는 판이 벌어질 수 있다"며 "내부 출신이라면 조직에 충격은 덜하겠지만 연쇄적인 인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 회장은 이날 후임자에 대해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은 후임자에게 경영을 물려주는 게 좋겠다"고 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내부 인사 가운데 오인환·장인화 포스코 사장, 포스코켐텍 최정우 사장, 포스코 인재창조원 황은연 전 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거론된다. 여지가 크지 않지만 외부 인물이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물러나는 상황이나 선례를 볼 때 신임 회장은 정치권에서 모종의 '승인'을 받은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승계협의회(카운슬)라는 기구 밖에서도 여러 회장 후보들의 물밑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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