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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최정우號' 오인환·장인화 삼각편대로 출항

  • 2018.07.16(월) 16:15

회장 외 2인 각자 대표이사 당분간 유지
'안정 우선' 탓 "외부의견 수렴 시늉뿐" 지적도

재계 6위 국민기업이자 세계 5위 철강사 포스코가 최정우 회장 후보를 새 수장으로 맞을 날이 열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7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안건이 가결되면 최 후보는 제 9대 포스코 회장에 오른다.

 

포스코 이사회는 전임자가 될 권오준 회장 자리를 최 후보가 대신하는 것 말고는 일단 그대로 유지된다. 외부의 고언을 듣되 올해 맞은 창사 50년을 반환점 삼아 그려둔 포스코 '100년 대계(大計)'는 그대로 이어간다는 포석이다. 그래서 너무 '안정'만 우선시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최 후보의 선택 '기존 경영진 유지'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2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 이사회가 추천한 최정우 후보(현 포스코켐텍 사장)를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단독 상정한다. 이는 이번 주총에서 회장 외에 이사진 교체가 없다는 의미다.

 

포스코가 등기이사를 바꾸려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라 적어도 2주전 이사회 결의와 외부 공시를 마쳐야한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회장을 제외한 다른 2명의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진 교체 사안은 가시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는 지난 4월 사의를 밝힌 권오준 회장과 오인환 사장(철강부문장), 장인화 사장(철강생산본부장) 등 3인이 이끄는 각자대표 체제다. 오 사장은 작년 3월, 장 사장은 지난 3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사내이사로는 각각 4년차(2015년 선임), 2년차(2017년 선임)로 모두 차기 회장 후보군에 꼽힌 이들이다.

 

포스코는 회장을 제외한 사내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해두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된 오인환·장인화 사장 등 2명의 대표이사, 유성 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과 신규선임된 전중선 가치경영센터장(부사장)의 임기가 모두 내년 3월8일까지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 회사 관계자는 "2015년까지는 경우에 따라 2년 이상 임기가 주어진 사내이사가 있었지만 재작년부터는 예외 없이 1년이었다"며 "경영상 필요에 따른 임기 연장은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 후임인 최 후보는 오는 '2021년 정기주주총회'까지로 임기가 정해져 선임안건이 올라 있다. 다시 말해 권 회장 체제에서의 2명의 대표이사가 신임 최 회장을 적어도 내년 정기주총까지 보좌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뜻이다. 회장만 바뀐 삼각편대다.

   

이는 전임 권 회장 때와 대비된다. 2014년 3월 권 회장 취임 때는 사내이사 5명 중 3명을 교체하는 '물갈이'로 이목을 끌었다. 반면 최 후보는 기존 이사진을 열외없이 유지하는 것다.

 

그래서 조직 안정을 최우선에 둔 선택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권 회장이 외압설 등을 겪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배경을 감안해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 안정 중시 기조에 흐릿해진 '쇄신' 기대감

  

최 후보가 인수위를 따로 두지 않고 안팎에 자연스러운 외양을 보이며 취임을 준비하는 것도 최대한 조직 안정을 해치지 않으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4년여 전 권 회장 취임 직전에는 '혁신 포스코 1.0'이란 태스크포스(TF) 형태의 인수위가 꾸려져 운영된 바 있다.

  

내부적으로는 '최 후보라서' 굳이 요란스러울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있다. 포스코 재무실장, 가치경영센터장 등을 지내면서 안살림과 구조조정을 챙겼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양대 계열사 포스코건설(경영전략실장),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경력도 안정적 인수인계를 가능하게 하는 커리어다.

   

하지만 이런 안정적 승계 움직임이 오히려 쇄신을 요구하는 외부에는 '트집거리'가 되는 게 문제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최 후보 회장 추천을 두고 '포스코 내부 이해관계에만 맞춰 선임이 추진되고 있다'는 식의 비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 포스코 국민제안 요청 팝업 게시물 /자료=포스코 제공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최 후보는 포스코와 각 그룹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내외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최 후보 명의의 '포스코에 Love Letter(러브레터)를 보내 주세요'라는 글을 통해서다. 주주·고객사·공급사 및 포항·광양 등 지역주민을 비롯한 국민들로부터 제안과 충고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개혁과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외부의견 수렴도 부정적 시각을 벗으려는 의도가 짙다는 지적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주목받는 청와대 국민청원 식의 의견 청취로 기업 경영 측면의 전문성을 담보한 과제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후보가 포스코 내부적으로 혁신 성향이 강하고 가장 안정적으로 조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취임 초기 과도하게 조직 안정에 무게중심을 두다보면 필요한 부분의 개혁동력도 금세 힘이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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