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무려 14년만에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금액도 1조원에 달한다.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공들이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최근 공세에 화들짝 놀란 모양새다.
현대차는 27일 보통주(660만8292주) 및 우선주(193만1275주) 지분 각각 3%에 대해 오는 7월27일 소각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통주 440만5528주, 우선주 127만9256주는 현재 소유 중인 자기주식이다. 이외에 각각 220만2764주, 65만2019주는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오는 30일부터 7월27일까지 장내 매수해 소각키로 했다.
금액으로는 기존 자사주 5590억원, 신규 취득분 4130억원 총 9720억원이다. 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보통주 15만6500원·우선주 9만9000원·2우선주 10만9500원·3우선주 8만7300원) 기준이다.
현대차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2004년 5월 132만주(651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2014년 이후 이어온 주주가치 제고 정책 일환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2014년 주가안정을 위해 5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2015년 투명경영위원회 설치했다. 2016년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했다. 작년에는 잉여현금흐름의 30~50% 수준의 중장기 신배당정책을 발표했다.
한편으로는 엘리엇의 최근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엘리엣은 현대차그룹이 오는 7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를 골자로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최근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엘리엇은 제안서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비롯, ▲현대모비스·현대차의 과대화된 대차대조표 해소를 위한 자사주 소각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주식 자산화 ▲현대차 배당지급률 순이익의 40∼50%로 개선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등의 요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