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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서 이게 될까?"…출퇴근 유연근무제 '실험'

  • 2018.05.04(금) 11:10

2일부터 출근 7시~10시 퇴근 4시~8시 선택 가능
근무시간 직접입력…본사 일반·연구직 한달간 실험

점심 배식은 정오부터 오후 한시까지 딱 한 시간, 웬만한 간부급 직원은 6~7시 새벽 출근. 출근 시간 직후엔 사옥 내 커피 판매도 중지. 군대 만큼이나 딱딱한 근무 기강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은 현대자동차에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 현대차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아직은 실험 성격의 시범운영이다. 하지만 밖에서는 벌써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현대차 같은 조직에서 이게 되겠냐"는 게 주로 나오는 얘기다. 내부서도 자조 섞인 후임 직원들의 냉소가 새어나온다. "고참 눈치 보여서 어딜…"이란 식이다.

  

 

현대차는 하루 근무 시간을 일정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실제 업무 시간을 본인이 입력하는 방식의 '근무시간 관리시스템'을 이달 2일부터 월말(31일)까지 한 달간 시범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대상은 본사 일반 사무직과 연구직이다.

 

유연근무제는 직원이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제도. 현대차는 근무 시작을 오전 7시에서 10시, 퇴근은 오후 4시에서 저녁 8시까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동안은 협업을 위해 의무근로시간으로 설정해 모든 직원이 반드시 근무함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도입하는 근무시간 관리시스템은 직원이 직접 근무 시간과 비근무 시간을 전산에 입력 관리토록 하는 제도다. 본인의 실제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각을 입력, 비근무시간은 일과 중 업무 외 소요시간을 직원 자발적으로 입력토록 했다.

 

하루 전 다음날 업무 시작과 종료 계획을 사전에 부서장에게 알리고 부서장이 업무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계획을 조율 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이 직접 근무 시간을 입력한 후 부서장 승인으로 근무기록이 확정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이런 근무 제도를 이달 시범 운영을 거쳐 내달 평가 등으로 보완점을 마련한 뒤, 오는 7월부터는 본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시범 운영을 먼저 하는 것은 개선점을 찾아내고 제도변화 연착륙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난 2일에는 부서장급 간부와 근태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가졌다.

 

다만 본사 일반직 전체 및 연구직을 대상으로 하지만 일부 부서나 고정 시간대 근무가 필요한 특수 직무 종사자들은 이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시범운영 기간 중 급여나 셔틀버스, 식사시간 등  복지 지원 사항은 종전과 변동 없이 운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원들이 장시간 근무를 지양하고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업무 몰입과 집중근무로 효율적 성과를 창출토록 하자는 것"이라며 "신뢰에 기반한 자율적 근무시간 관리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300인 이상 기업에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시범운영 기간 중 입력한 근무 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그대로 입력토록 했다. 업무별 초과 근무 가능성 등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공장 생산직의 경우 이미 주 40시간 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사무직 등은 기존 최장 근로시간(주 68시간) 내 근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직원이 자유롭게 정하는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는 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은행권의 신한은행 등이 먼저 운영해 왔다.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LG전자 등이 지난 2월부터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서도 형식적으로만 주 52시간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부 기업 직원들은 제도 도입 후 퇴근을 하고 집이나 인근 커피숍 등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불만도 적지않다는 전언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이른 출근, 늦은 퇴근'이 자리잡은 기업문화여서 이번 유연근무제 시범 실시나, 오는 7월부터 본격 도입될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적응 과정에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안팎에서 나온다.

 

현대차의 한 대리급 직원은 "아직 부서 내에 오전 9시~10시에 출근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동료는 보지 못했다"며 "아침 회의와 야근이 일상적인 우리 회사 특성 상 실제로 출퇴근을 탄력적으로 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공연한 초과근무가 흔한 현대차 같은 곳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충격을 줄이려 노력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다만 기존 기업문화가 있는 만큼 시행 초기에는 변칙 운영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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